경제·금융 경제동향

[신한울 1호기 가동 허가] 전력난 비상에…‘탈원전’ 기조 사실상 수정

위원들 10시간 마라톤회의 끝에 결론

수소재결합기 시험등 4개 조건 걸어

2호기도 내년말에 상업가동 가능성

원전수주 확대·블랙아웃 우려 덜어

대부분의 시운전을 마치고 연료 투입 등의 운영 허가만을 기다리는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신한울 1·2호기./울진=오승현 기자대부분의 시운전을 마치고 연료 투입 등의 운영 허가만을 기다리는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신한울 1·2호기./울진=오승현 기자




신한울 원전 1호기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운영 허가를 받으며 문재인 정부의 ‘묻지마 탈원전' 정책 기조가 수정되는 것 이나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는 한국형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연구개발(R&D)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을 앞두고 있는 등 올 들어 탈원전 기조에 어느 정도 변화를 주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원전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신재생에너지와 더불어 탄소 중립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평가 받는 만큼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이 당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현재 프랑스 등과 경쟁 중인 체코 원전 수주를 비롯해 향후 있을 아랍에미리트(UAE) 추가 원전 발주 수주 가능성 제고를 위해서라도 탈원전 기조 전환이 필수다.

9일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신한울 1호기는 8개월간의 시운전 시험 후 내년 3월께 본격 상업 가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울 1호기가 원안위의 문턱을 넘게 되면서 ‘원안위 리스크’가 줄어든 신한울 2호기 또한 이르면 내년 말 상업 가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신한울 1호기는 이날 가동 허가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2015년 수립된 7차 전력 수급 계획에 따르면 신한울 1호기는 2018년 4월, 신한울 2호기는 2019년 2월에 각각 상업 가동이 개시돼야 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신한울 1·2호기의 가동 시점은 매년 연장되며 “현 정권하에서는 가동을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상당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당시 전력거래소 보고서에 따르면 신한울 1호기의 가동 시점은 2018년 12월, 신한울 2호기는 2019년 10월로 1년 전 계획안 대비 각각 8개월 늦춰졌다. 이 같은 가동 시점 연장은 이후에도 매년 되풀이돼 올 초에는 이들 발전소의 가동 시점을 각각 2021년 7월과 2022년 5월로 늦추기도 했다.

관련기사



이날 원안위 위원들은 신한울 1호기의 가동 여부를 놓고 10시간이 넘게 격론을 벌였다. 원안위 위원들은 지난달 열린 원안위에서 신한울 1호기 위험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결정을 미룬 바 있다. 다만 원안위의 이 같은 행태는 ‘시간 끌기’라는 비판이 상당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한수원이 원안위에 제출한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 신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신한울 1호기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후 원전 업계에서 제기된 33개 안전 개선 사항을 모두 충족해 안전성과 관련해 책잡힐 부분이 없다.

신한울 1호기 가동으로 내년 폭염기에는 ‘블랙아웃’ 우려를 덜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올 8월은 글로벌 이상기후 등으로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인 94.4GW 규모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전력 수급 우려가 상당하다. 이 때문에 8월 둘째 주 전력 예비율은 전년 대비 4.8%포인트 하락한 5.1%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안정적 에너지 망 관리를 위해 원전 추가 건설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으로 줄어드는 전력 설비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상당 부분 메운다는 방침이지만 신재생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설비 용량 기준 5GW를 돌파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온도와 기후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해 안정적 전력원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폭염과 같은 ‘전력 피크’ 시 태양광 패널 과열 등으로 발전 효율이 떨어져 발전 단가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장비 등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야 한다. 소규모 발전 사업장이 대부분인 데다 곳곳에 산재해 있는 신재생 발전의 특성상 송배전 구축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반면 원전은 한 번 가동 시 수년간 안정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며, 수전해 기반의 ‘그린수소’ 추출용 에너지원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원전 수출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한 데다 탄소 중립 달성 등의 과제까지 감안하면 탈원전 정책 기조는 한시바삐 수정돼야 한다”며 “현 정부 들어 백지화된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 또한 다시 한번 사업 재개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신한울 1호기 가동이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웠던 계획안 대비 4년가량 늦춰지며 수조 원의 비용 낭비를 초래했다는 점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전망이다. 실제 신한울 1·2호기 건설 비용은 공정률 96.8%를 달성한 2017년 말 누적 6조 9,665억 원이었다. 반면 이들 발전소 가동 시점이 미뤄진 2018년에는 비용이 7조 9,823억 원으로 추산됐으며 가동 시점을 다시 한번 늦춘 2020년에는 추산 건설 비용을 9조 4,436억 원까지 높였다.

한수원은 이들 원전 가동 지연에 따른 이자 상환 및 인건비 부담 등으로 하루 평균 11억 원의 별도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는 만큼 이들 원전의 최종 건설 비용은 1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원전 가동 시 기대할 수 있는 전력 판매 수입이 1기당 5,000억 원이 넘는다는 점에서 이 같은 기회비용까지 더할 경우 원전 가동 지연에 따른 손실 규모는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양철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