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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그래도 군은 국가와 국민을 지킵니다

안영호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수석부회장( 예비역 육군중장)

안영호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수석부회장(예비역 육군 중장, 전 합참 작전본부장)안영호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수석부회장(예비역 육군 중장, 전 합참 작전본부장)




최근 공군부대 내 성추행사건은 군에서도 공분을 사고 있다. 40년 복무후 최근에 전역한 필자도 이런 일이 발생한 데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고통 속에서 삶을 버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 군은 일벌백계를 실행하고 시스템을 전면수술해 신뢰회복에 전력투구할 때다. 다만 과도한 비난에 대해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이번 사건의 원인을 상명하복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것은 ‘과잉 일반화’다. 위력에 의한 성추행은 상하 관계설정에 대한 가해자의 잘못된 인식과 비뚤어진 개인 심성에 의한 것이다. 상명하복에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지휘관계가 성립돼야 하고, 직무에 관련돼야 하며 법규에 부합해야 한다. 상명하복은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했을 때에만 효력을 발휘한다. 따라서 상명하복으로 성추행이 만연한다는 논리는 자칫 군의 기강을 훼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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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마치 군 전체가 범죄행위를 은폐하는 집단처럼 비치고 있다. 군은 과거 장성급 직위자가 가해자인 사건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즉각 해임시켜 피해자를 보호하고 법적 조치를 해왔다. 필자도 사단장, 군단장 재임중 경미한 성범죄 사건이라도 피해자 입장에서 조치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군의 시스템이자 문화다.

셋째, 국방부 자료에 대한 올바른 설명이 필요하다. 2015년 이후 성범죄 기소는 1,708건이고, 실형 선고율은 10.2%다. 다른 조직 실형 선고율(25%)의 반도 안 되는 솜방망 처벌로 군내 성범죄가 늘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기소 건수만으로 성범죄가 늘었다고 볼 수 없다. 지금 군에선 아무리 경미해도 피해자가 성추행이라고 느끼면 가해자를 처벌한다. 경미한 사안까지 기소돼 기소 건수가 많아지는 것이고, 경미한 사안이 많아 실형 선고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국방부 자료는 군의 투명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넷째, 현행 군법이 군단장에게 ‘관할관’으로서 형량을 1/3 범위에서 감경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어 제 식구 감싸기가 횡행한다는 보도에 대해선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지휘관의 감경권은 군사법원법에 의거해 작전, 훈련 등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에 한해 시행할 수 있다. 작전, 훈련 중의 사건 처리에 대해 지휘권을 보장하는 조항이며 성범죄 등 일반 범죄와는 관련이 없다. 필자가 군단장 재직시 수많은 재판결과에 형량을 감경한 것은 단 1건도 없다.

군인은 언론을 국민의 목소리라고 믿고 가혹한 비판도 받아들인다. 그러나 가끔 군의 실상을 모르는 질책은 마음의 상처를 낳아 군의 사기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도 우리 군은 묵묵히 국가와 국민을 지키고 있다. 국민의 질책은 극소수 일탈자로부터 본연의 임무에 전념하는 대부분의 군인을 보호하려는 애정과 신뢰의 표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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