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처리를 하면 평균 임금의 70%(휴업급여)만 받는데, 70%로 제대로 살 수 없습니다. 몸이 아파도 그냥 참고 일합니다.”
정수기로 대표되는 가전제품 렌털산업의 근로자 상당수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실적 압박, 낮은 임금, 높은 노동 강도, 감정 노동이 이들을 힘들게 했다.
10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발표한 ‘가전방문서비스노동자 안전보건실태조사’에 따르면 렌털제품 방문점검원은 약 3만명, 가전제품 설치기사는 약 1만6,000여명이다. 조사는 방문판매서비스직, 설치 및 유지보수직, 영업관리직에서 근무하는 1,61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이들은 하루 평균 65km 이동했다. 주중 노동시간은 8.8시간으로, 토요일에도 6.4시간을 일했다. 54%는 “연차가 없다”고, 38%는 “임신이 자유롭지 않다”고 답했다. 31%는 “출산·육아휴직을 쓰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목표량 압박에 대해 “심하다”는 답변이 83%에 달했다. 목표량을 채워도 고용불안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79%가 “불안하다”고 답했다. 이유를 묻자 ‘코로나 19 이후 고객의 자가 점검 제품이 늘었다’ ‘온라인 영업이 확대됐다’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다’ 등의 답변이 돌아왔다.
임금에 대해서는 일에 비해 적다고 느끼는 근로자가 90%였는데,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냐는 질문에 89%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66%는 “산업재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산재 치료비는 95%가 스스로 부담했다. 산재보험으로 처리하거나 회사에서 부담하는 경우가 5%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겪는 주요 괴롭힘은 고객집에서 애완동물 공격(70%), 무리한 요구나 빠른 일 처리 압박(68%), 책임 떠넘기기(52%), 언어 폭력(46%), 스스로 구매(45%)다. 7%는 신체 폭력이나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대부분 회사 보다 고객이 가해자로 지목됐다.
8일 보고서 발표 후 진행된 토론회에서 류경완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사무처장은 “설치기사는 건수로 수입이 정해져 서둘러 일을 처리하다가 다치는 경우가 많다”며 “산재처리를 하면 평균임금의 70%가 지급되기 때문에 아파도 참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그동안 가전방문서비스노동자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거의 없었다”며 “과중한 업무, 부족한 휴식, 불안한 고용을 겪는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