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이 가격에 와인 샀단 얘기 마세요"...주류 소매점 사장님은 왜 그랬을까?

"대형마트가 주류소매점 모니터링

최저가 발견땐 납품가 인하 압박"

판매가 조정 논란에 수입사 해명

서울의 한 대형마트 와인판매대에서 손님이 와인을 고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서울의 한 대형마트 와인판매대에서 손님이 와인을 고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와인 수입사가 주류 소매점에 ‘특정 가격 이하로는 팔리 말라’는 압박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와인 시장의 큰손인 대형마트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에서 자신들보다 싸게 파는 주류 소매점을 모니터링 한 후 와인 수입사에 “우리도 그 가격으로 팔고 싶으니 우리에게 납품하는 가격을 낮춰달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게 와인 수입사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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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 와인 수입사 관계자는 “'초저가' 정책을 쓰는 대형마트들이 자신들보다 싸게 파는 주류 소매점을 가만히 보고 있지 못한다”며 “자신들보다 싸게 파는 주류 소매점을 발견하면 우리를 압박해 납품가를 인하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가격에 납품하더라도 주류 소매점의 경우 마진을 낮게 책정해 싼 가격에 팔 수 있는데, 마진을 높게 책정하고 주류 소매점에 비해 비싸게 팔던 대형마트들이 자신들의 가격 경쟁력은 유지하면서도 마진은 보장받기 위해 납품가 인하를 와인 수입사에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온라인 와인 커뮤니티 등에선 “주류 소매점 사장님들이 절대 이 가격에 와인을 샀다는 것을 알리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글들이 많다. 특정 주류 소매점이 와인을 싸게 팔았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탈 경우 대형마트 모니터링에 감지되고 결국 와인 수입사들이 대형마트에 불려가 납품가 재산정 압박이 진행된다는 게 와인 수입사들의 고충이다.

맥주와 위스키 업체 등에 비하면 와인 수입사들의 영업이익률은 낮다. 이미 마진율이 낮은데 대형마트로부터 납품가 인하 압박이 들어오면 타격이 크다. 실제 국내 주료 와인 수입사의 영업이익률을 살펴 보면 지난해 기준 금양인터내셔날은 15.1%, 아영FBC 8.6%, 나라셀라 10.1%, 신동 11.6% 등 10% 안팎의 수준이다. 반면 오비맥주의 경우 지난해 기준 21.8%, 위스키업체 골든블루의 경우15.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와인업계보다 높다.

다만 와인이 국민 술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대형마트들이 와인 가격을 낮추는 역할을 한 것에 대해 소비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는 어렵다. 와인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 대기업들이 와인을 팔기 시작하면서 국민들이 와인에 대한 접근성이 늘어난 것은 물론 와인 가격까지 내려가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며 “이제 막 와인 문화가 국내에 자리잡아가고 있는만큼 공정한 가격 정책 등 업계 문화에 대해선 점차적으로 조정해나가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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