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치솟는 해운 운임에 EU 탄소장벽까지...수출기업 '비명'

EU 14일 탄소국경세 법안 발표

美도 2025년 탄소세 도입 공약

中까지 합치면 年6,000억 부담

"웃돈 주더라도 우선 배 구하자"

컨선 운임지수도 4,000선 '턱밑'





유럽연합(EU)이 탄소 배출량에 기반해 수입 물품에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을 구체화해나가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산업계는 국내 자체적으로도 ‘탄소 중립 2050’ 계획에 맞춰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국내외 모두에서 비용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해상 운임 급등세까지 지속되고 있어 울상이다.

11일 관계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14일(현지 시간) 2030년 유럽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55% 감축하기 위한 입법 패키지인 이른바 ‘핏 포 55(Fit for 55)’를 발표한다. 핵심은 탄소국경조정제도로 EU 역내로 들어오는 제품 가운데 EU 내 생산 제품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는 조치다. 수출 기업은 탄소 배출 초과분만큼 일종의 ‘권리’를 구매해야 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새롭게 설립되는 기관이 수입품의 탄소 함량을 따지고 여기에 따라 ‘탄소 조정’ 부과금이 매겨지는 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2023년부터 전기·시멘트·비료·철강처럼 탄소 배출이 많은 품목에 우선 적용하고 이후 2026년 전면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들은 탄소 배출 저감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이 피하기 어려운 글로벌 추세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 속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EU(영국 포함)에 521억 4,400만 달러를 수출했다. 중국(1,326억 달러), 미국(742억 달러)에 이은 3대 수출 대상국이다. 자동차 및 부품·선박·철강·석유화학 등이 주요 수출품이다. 석유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십 년간 화석연료 기반 사업을 해왔던 기업으로서는 그 사업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한 대응에 필요한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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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동 포스코 사장은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탄소 중립이 새로운 무역 장벽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을 견제하기 위한 일종의 비관세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기반해 수입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EU의 방식은 국제무역 질서에 강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U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정책을 강조해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탄소국경세 도입을 공약한 바 있어 국내 산업계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공약은 2025년부터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나 기업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EU뿐 아니라 양대 수출 상대국인 미국과 중국까지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면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연간 약 5억 3,000만 달러(약 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정부는 부랴부랴 최근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따른 우리 철강 산업의 대응 전략을 마련하겠다며 관련 연구 용역을 냈다.

여기에 수출품을 실어나를 선박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어 수출 제조 업체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 드루리는 최근 발표한 컨테이너선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선사들이 겪는 최근의 선박 공급 차질 문제가 중장기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항만 적체 현상이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드루리에 따르면 올해 세계 항만 생산성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인 2019년보다 16% 낮다. 반면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보다 약 1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만 적체는 코로나19로 인해 부족한 재고를 미국과 유럽의 소매·제조업체들이 빠르게 채우려면서 더욱 심화하고 있다.

항만 적체가 풀리지 않으면서 해운 운임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SCFI는 지난 9일 전주 대비 27.21포인트 오른 3,932.35를 기록했다.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로 SCFI는 올 5월 14일 이후 9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달가량 앞서 예약하지 않으면 선박 공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웃돈을 많이 주더라도 우선 배를 구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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