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이미지 공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핀터레스트는 최근 성 소수자를 포함한 9가지 성별 인칭대명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을 개편했다. 단순히 ‘그(he)’나 ‘그녀(she)’는 물론 ‘스스로를 남성으로도, 여성으로도 규정하지 않는 개인’을 뜻하는 ‘대명사(they)’나 트랜스젠더용 ‘대명사(ze)’ 등이 포함됐다. 성 정체성이 상대적으로 뚜렷한 Z세대(1997년 이후 출생)의 특성을 고려해 인칭대명사를 다양화했다는 것이 핀터레스트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지난 2월 미국 성인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체 성인의 5.6%가 자신을 성 소수자(LGBT+)라고 답한 반면 Z세대 응답자 중에서는 거의 16%가 스스로를 성 소수자라고 응답했다.
전 세계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젊은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이들에게 맞춤형 기능을 제공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소비 시장에서는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Z세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핀터레스트에서는 이미 Z세대의 유입이 활발하다. 2019년 6월 말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Z세대 이용자의 증가율이 다른 세대 이용자의 2배에 달했다. 이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것은 다양한 취미를 아우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코티지코어(cottagecore)’는 핀터레스트를 통해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취미 중 하나다. 코티지코어란 시골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의미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일상에 답답함을 느낀 젊은 세대가 전원생활을 동경하면서 생겨난 트렌드다. Z세대는 농가 스타일의 옷을 입고 뜨개질 등의 취미를 하는 모습을 핀터레스트에 공유하고는 한다.
이처럼 새로운 유행을 시시각각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핀터레스트의 장점으로 꼽힌다. 만 18세의 미국인 유튜버 데이지 최(Daisy Choi)는 “핀터레스트는 새로운 트렌트를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앱 중 하나”라며 “매일 새로운 트렌트가 나타나기 때문에 골라서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고 패션 잡지 나일론에 전했다. 이 덕택에 핀터레스트의 전 세계 이용자 수는 5억 명에 육박한다.
MZ세대 중심의 소비 플랫폼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전자 상거래 기업인 엣시가 대표적이다. 엣시는 디자이너가 만든 공예품 등을 거래하는 플랫폼으로 빈티지 제품을 좋아하는 밀레니얼세대(1981∼1996년 출생)가 즐겨 이용한다. 엣시는 최근 영국의 중고 의류 장터인 디팝을 16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고객 90%가 Z세대인 디팝 인수를 통해 MZ세대 특화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메타버스 플랫폼도 MZ세대의 ‘놀이터’로 떠오르고 있다.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가상·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진 3차원 가상 세계를 뜻한다. 미국에서는 메타버스 게임인 로블록스가 가상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구찌가 올해 5월 로블록스에 선보인 디지털 전용 가방 ‘디오나서스 백’은 실제 제품보다 비싼 4,115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Z세대가 밀레니얼세대에 이은 새로운 소비 주축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본다. 영국의 글로벌 경제 분석 기관 옥스포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전 세계 Z세대의 소비 규모는 2019년 4,670억 달러에서 오는 2030년까지 3조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티븐 스케리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최고경영자(CEO)는 “베이비붐세대는 지갑을 열지 않고 있지만 백신 접종 확산으로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가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소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