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돌아온 관광 시즌...지구는 괴롭다

파하드 만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에베레스트 정상 쓰레기로 가득

크루즈선 1척 내뿜는 미세먼지

차량 100만대 배출량과 맞먹어

환경 파괴적 관광행태 개선해야

파하드 만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파하드 만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크루즈 여행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사파리 여행을 떠날까, 집콕을 할까? 인스타그램에 잘 등장하지 않은 곳으로 날아가 행글라이딩이나 카이트 서핑을 즐기면 어떨까? 지구촌 최대의 ‘사치 산업’으로 꼽히는 관광업이 심각한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했다. 1년을 훌쩍 넘긴 국가간 이동제한의 끝이 보이자 오랜 봉쇄조치로 발이 묶였던 소비자들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일제히 어디론가 떠날 태세다. 올여름의 폭발적인 관광수요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코로나19로 잔뜩 움츠러든 관광업계에 환한 햇살이 비친 셈이지만, 그렇다고 이전처럼 잔치판을 벌여도 되는 걸까? 관련업계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지구촌 주민들은 글로벌 GDP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9조 달러를 관광경비로 사용했다. 2019년에 이르는 10년 동안 중단 없는 성장세를 기록한 관광산업은 무난히 무한성장 궤도에 진입한 듯 보였다.



관광산업의 주된 문제는 앞뒤를 재지 않는 막무가내 식의 성공이었다. 코비드-19 팬데믹이 시작되기 한 두 해전 여름, 전 세계의 관광지는 여행객들로 초만원을 이루었고, 각 지역의 관리들은 과잉관광에 따른 호된 환경 비용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매년 여름, 크루즈 선단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항구 도시에 관광객들과 함께 오염물질을 풀어놓았다. 디즈니랜드의 가장 인기 있는 놀이기구를 타려면 뙤약볕 아래 두 시간 이상 줄을 선 채 차례를 기다려야 했지만 에베레스트의 사정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에베레스트의 가장 위험한 지점으로 꼽히는 몇몇 등반로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산악인들로 북새통을 이루었고, 정상은 산더미 같은 쓰레기로 뒤덮였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탐험은 종종 인간의 숭고한 노력으로 평가받는다. 바이러스의 기세가 한 풀 꺾이자 탐험에 나설 여력을 지닌 행운아들은 ‘잃어버린 휴가’를 보상받기 위해 안달을 낸다. 어쩌면 글로벌 경제의 회복은 관광산업의 신속한 부활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두말할 나위없이 관광업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최대 피해자다. 따라서 관광산업이 정상을 회복하면 수 천 만 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수 조 달러 상당의 경제활동이 재개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관광산업이 나가야 할 옳은 방향이 아니다. 관광산업이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선 안 된다. 팬데믹은 지구라는 행성에서의 관광행태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제 우리는 놓치지 말고 그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

일부 지역들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이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주민 수가 100만 명을 밑도는 도시인 암스테르담은 지난 2019년, 밀물처럼 밀어닥친 2,100만 명의 방문객들로 몸살을 앓았다. 암스테르담의 지도자들은 집창촌과 대마초 판매점을 규제하는 새로운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남부의 칼랑크 국립공원은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의 영향을 줄이고 관광객들의 수를 줄이려는 디마켓팅(demarketing)에 착수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 정도로 관광업의 과열을 막기는 어려운 듯 보인다. 이미 많은 정치인들과 기업들은 신속한 경제회복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려 한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미국인 관광객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젖혔고, 국내 항공사들은 미국 역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아우성을 친다.



하지만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여행객들은 물론 업계 종사자들 및 정부 당국자들은 관광산업의 미래를 설계할 때 ‘천천히 가라’는 격언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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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조심을 해야 할 이유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팬데믹 수년 전부터 관광업은 진정한 여행보다는 디지털 인생 사진에 목을 매는 여행자들에게서 동력을 얻었다. 황홀한 인스타그램의 석양은 여행으로 인해 지구가 지불해야 하는 비비에 우리의 눈을 멀게 했다. 유엔세계관광기구는 지난 2016년 지구촌 전체 주민이 생산한 탄소배출가스의 5%가 관광업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다른 연구는 2009년에서 2013년 사이에 발생한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8%가 관광 산업 책임이라고 결론냈다.

탄소배출량 감소노력에 들어가는 경비를 줄이는 것이 관광산업의 장기적인 이익에 부합된다; 연쇄적인 기후재앙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세계는 관광을 하기에 적합한 장소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년 간 관광업계는 거의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채 환경재앙을 일으키는데 힘을 보탰다.

팬데믹은 항공 여행에 관한 재고의 기회를 제공했다. 팬데믹으로 물리적 이동이 제한되자 기업들의 출장 문화에 변화가 생겼다. 항공편으로 대서양을 한 차례 왕복한 출장객이 항공기가 배출한 배기가스를 상쇄하려면 꼬박 1년 간 운전을 하지 말아야 한다. 크루즈 역시 그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 중간 사이즈의 크루즈선 한 척은 100만대의 차량이 내뿜는 양과 맞먹는 미립자를 배출한다. 2019년에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크루즈선사인 카니발의 유람선단은 2017년 한 해 동안 약 2,600만 대의 승용차가 유럽의 도로에서 뿜어낸 총량의 10배에 달하는 유황산화물을 배출했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릭 스티브스는 최소한 1년에 한 차례 이상 유럽을 방문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유럽을 찾지 않았고, 금년에도 집에 머물 예정이다. 유럽 여행에 따라오는 막대한 환경 비용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여행사의 환경비용을 경감하기 위해 그는 ‘탄소 상쇄(carbon offsets)’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있다. 스티브스가 운영하는 여행사는 평년 기준으로 약 3만 명의 관광객을 유럽에 풀어놓는다. 그의 고객들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만큼 현지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스티브스는 고객 1인당 30달러의 환경보호기금을 관련단체에 기부한다. 현재 많은 항공사들도 승객들에게 배출가스 상쇄 비용을 지불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자발적인 프로그램으로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팬데믹으로 된서리를 맞은 여행사들에게 새로운 규제를 가할만한 정치적 인센티브도 거의 없다. 정부가 개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지난 5월 연방 상원은 만장일치로 올여름 대형 크루즈선의 알라스카 운항재개를 허용했다. 하원도 신속히 이 법안을 통과시켰고, 바이든 대통령은 지체 없이 이를 재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에 서명한 후 트위터를 통해 “크루즈 운항재개을 허용하는 법이 알라스카 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루즈 운항재개법에는 환경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 환경 문제에 침묵하기는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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