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선심성 돈풀기에 나랏빚은 뒷전…국채상환 예산 2조 쓸수도

<2차 추경안 대규모 손질 불가피>

1인당 25만원씩…2.6조 추가 필요

캐시백 삭감 등으로 재원조달 강구

손실보상은 6,000억원서 확대키로

최대 900만원 희망회복자금 유지

국회 증액 요구, 정부와 갈등 예고

송영길(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송영길(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함에 따라 정부가 제출한 33조 원 규모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대규모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약 2조 6,000억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해 카드 캐시백 등 기존에 예고한 지출 사업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추경 증액에 반대하면서 2조 원의 채무 상환을 철회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어 본예산 지출 구조조정까지 병행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31조 5,000억 원의 추가 세수를 토대로 추경을 하면서 구조조정까지 하게 되면 추경의 명분은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코로나19 4차 재유행에 따른 수도권 4단계 방역 조치로 2차 추경의 6,000억 원 소상공인 손실보상 예산은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900만 원의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은 기존 발표대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만찬 회동에서 2차 추경을 통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지급 시기는 방역 상황을 검토해 추후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가구 소득 하위 80% 이하에 1인당 25만 원씩 10조 4,0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해 국민 지원금을 지급하려 했지만 여야가 의견을 모으면서 25만 원을 유지한 채 100% 보편 지급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 경우 재원은 13조 원으로 2조 6,000억 원 늘어나게 된다. 단 20%는 지방정부 매칭으로 하기 때문에 약 2조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주장대로 1인당 20만 원으로 줄여 모두에게 주는 방법도 있다. 그러면 기존 재원에서 조달이 가능하지만 상위 20%에게 지원금을 주려고 하위 80%로부터 5만 원씩 빼앗아간다는 비판을 받게 돼 현실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원 마련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일단 31조 5,000억 원으로 책정한 추가 세수를 늘려 잡을 수 있다. 다만 세입을 고치려면 정부가 새로 안을 제출해야 한다. 불과 열흘 만에 세입을 수정하기는 정부도 부담스럽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2차 추경 사업 조정이다. 정부는 전 국민 지원금을 보완하기 위한 카드로 1조 1,000억 원의 캐시백을 만들었다. 모든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면서 캐시백을 고집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여야가 100% 지원금에 합의했다면 캐시백 사업이 살아남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캐시백을 전면적으로 없애도 1조 원 이상이 더 필요하다. 6,000억 원의 자영업 손실보상 지원도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본예산에서 소진율이 떨어지는 사업에서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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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강화된 방역 조치 지속 기간과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등을 종합 검토해 손실보상 예산안을 늘릴 계획이다. 계획하지 않았던 거리 두기 4단계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자영업자가 대폭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다. 황보승희 국민의함 수석대변인은 “현재까지 검토된 안에서 피해를 당한 소상공인에게는 훨씬 두텁게 지원하는 방법도 함께 모색하는 것으로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당초 정부는 소상공인지원법이 공포됨에 따라 지난 7일 이후 거리 두기 강화에 따른 소상공인 손실에는 추경에 반영된 6,000억 원으로 우선 보상하고 나머지 6,000억 원은 내년 예산으로 지급하려 했다. 그러나 이날부터 사실상 ‘셧다운’ 조치가 내려지면서 계획보다 재정 소요가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하다. 수도권에서 2주 동안 집합 금지 또는 영업 제한이 실시되는 96만 개 시설에 50만 원씩만 지급해도 5,000억 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잡아둔 6,000억 원에는 인건비와 임차료 등도 반영되지 않았다. 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소기업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단 7월에 영업을 못하더라도 시행령이 만들어지고 심의위를 거치면 10월 이후에나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차 추경에서 3조 2,500억 원을 책정한 100만~900만 원의 희망회복자금은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이 지원금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영업 제한에 따른 피해 지원 성격으로 봐 손실보상과 구분하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방역 조치 강화로 자영업자들이 낙담할 것에 저도 억장이 무너진다”면서도 “최대 900만 원에서 더 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당장의 방역 조치에 따른 피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 논의가 불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고민은 재원이다. 빚 없는 추경이었던 만큼 추경의 전체 규모를 확 늘리는 적자 국채 발행은 선택지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 홍 부총리는 “방역 상황이 바뀌었고 국회에서 여러 가지 (증액)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추경 규모를 늘린다면 적자 국채를 상환할 수 없게 된다”며 “국채 시장의 역량과 국제 신평사의 동향 등을 고려하면 2조 원의 채무 상환을 없던 일로 하기에는 큰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평소 보편 지원에 대한 부정적 신념을 강조해왔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전 국민 지급을 고수하면 또다시 사의를 표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추가 세수 전망 역시 올 5월 기준 전년 대비 43조 원의 세수가 더 걷혔지만 일시적 요인이 많아 연간으로는 31조 5,000억 원에 수렴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12조 원에 달하는 지방재정교부금 등을 줄이고 피해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황정원 기자·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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