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중소 해운, 과징금 부과 땐 한진해운 꼴 날것"

■김영무 해운협회 부회장 인터뷰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서 동남아 항로 비중 30% 차지

머스크라인 등 진입 가세…출혈경쟁 속 韓해운 잇단 철수

규제 리스크 덮치면 해운사들 배 매각…해운재건 물거품







“아시아 항로를 노리는 해외 해운사들 막기도 벅찬데 이제는 규제 리스크까지 덮치니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입니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해운회관에서 만난 김영무(사진)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답답한 듯 가슴을 치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회장은 “동남아항로는 전 세계 물동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시장이다”며 “이 항로에서 한국 중소형 해운사들의 점유율은 3분의 1 수준으로 해외 선사와 출혈경쟁만 극복하면 꾸준한 수익을 벌어 줄 ‘황금항로’다”고 설명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2017년 1억 8,512만 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에서 2021년에는 2억 680만 TEU로 11.7%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기간 동남아항로 물동량은 5,470만 TEU에서 6,327만 TEU로 15.7% 늘어난다. 세계 평균 대비 4% 포인트 가량 앞서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세계 물동량에서 동남아항로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에는 29.5%지만 2021년에는 30.6%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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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해운사들이 이런 알짜 항로를 놔둘리 없다. 김 부회장은 “한국 중소형 해운사와 중국 해운사 코스코(COSCO), 일본 원(ONE), 대만 에버그린과 완하이 정도가 동남아항로를 운항했는데 최근에는 머스크라인, MSC, CMACGM 등 글로벌 대형 해운사까지 자회사, 관계사를 설립해 동남아항로로 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 심화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김 부회장은 “2000년 이후 동남아항로에서 아시아 역내 해운사와 글로벌 해운사 간 출혈경쟁이 지속되며 수많은 해운사들이 항로에서 철수하거나 도산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2001년 파산한 조양상선을 뒤따라 동남아해운(2006년), C&라인(2008년), 양해해운(2011년), 흥아해운(2019년) 등 수많은 중소 선사들이 눈물을 머금고 사업을 접었다.

김 부회장에게는 격화하는 동남아항로 경쟁 말고도 고민이 하나 더 있다. 규제 리스크다. 김 부회장은 “전세계 각국은 해운업의 산업 특수성을 인정해 운임 공동행위를 정당한 행위로 인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 공정위는 세계 관행을 뒤집고 지난 5월 동남아항로 국적선사 12개사와 외국적선사 11개사에 부당한 공동행위를 했다며 약 8,000억 원의 과징금 부과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한·일, 한·중항로도 조사를 마치고 같은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1.5~2조 원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중소 해운사들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소식에 대해 사업을 접으란 소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 부회장은 “공정위 제재를 받을 동남아항로 12개 국적선사는 총 212척 운항하는데 이를 다 처분해도 남는 돈은 5,250억 원에 불과하다”며 “과징금을 낼 돈도 없는 형편이다”고 하소연했다.

김 부회장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낳을 연쇄효과를 우려했다. 한국 중소형선사에서 제 2의 한진해운 사태가 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공정위 주장대로 수 조원대 과징금이 부과되면 정부가 추진하는 해운산업 재건 정책은 물거품이 된다”며 “중소형 해운사가 과징금 마련을 위해 실제 선박을 매각하면 수혜는 해외 해운사에 돌아가게 되고 우리나라 수출입화주는 안정적인 해상운송 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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