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0.35%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나스닥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각각 0.21%와 0.36% 뛰었는데요.
실제 이번 주는 증시와 시장에 중요합니다. 주요 기업의 실적이 나오고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소매판매 지표가 공개될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방향성을 가늠할 계기가 될 듯한데요.
이날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기대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역대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월가의 분위기와 시장 전망 전해드립니다.
“이번 주는 테스트의 시간…금리-주가 공식 바뀌었다”
세계최대 채권운용회사 핌코(PIMCO)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 고문이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나와 “낮은 금리가 증시에 더 이상 좋은 소식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시장금리가 낮으면 부채가 줄어들고 리파이낸싱 비용이 감소하고 기업공개(IPO)에도 도움이 되며 결국 증시 상승의 원동력이 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었죠. 하지만 지난 주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한때 연 1.25%까지 급락하면서 상황이 변했다는 겁니다. 금리가 너무 내려가면 경제성장 둔화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 것이 계기입니다.
물론 지난 주와 시장을 들여다본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내용이지만 그는 이를 콕 짚어서 트렌드가 바뀌었다고 명확히 얘기해줬습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이날 오전 1.32%대까지 내려갔던 10년물 국채금리는 계속 상승해 1.37%대 후반까지 치솟았지만 증시는 상승마감했습니다. 기업들의 실적이 좋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것이 투자심리에 도움이 됐지만 금리상승이 시장을 뒤흔들기보다는 되레 일부 안정감을 주는 상황이 됐다는 뜻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주가 시험대라는 점입니다. 에리언은 “이번 주가 테스트다. 기업의 어닝이 우리에게 (경제성장 상황을) 말해줄 것이고 핵심 지표들이 나온다”며 “기업들의 실적은 정말 좋을 것인데 문제는 비용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에리언은 현재 시장을 이끄는 동력을 △강한 성장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자신감 △연준의 유동성 공급 등의 세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6월 CPI와 소매판매는 성장과 인플레를 가늠할 수 있고 그 결과 연준이 통화정책을 어떻게 조절할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에리언은 기업의 실적발표를 중시합니다. 실적를 뜯어봤을 때 비용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느냐, 그리고 기업들이 이를 감내할 수 있느냐가 물가상승이 일시적인지와 연준이 브레이크를 밟을지를 결정한다고 봅니다.
매우 날카로우면서도 핵심을 짚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주요 기업의 컨퍼런스콜 하나하나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에리언의 말대로 거시경제 상황을 보다 정확히 알고 싶은 분들은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유심히 살피면 또다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겠습니다.
뉴욕 연은 기대인플레 역대 최고…코로나에 인턴십 급여도 상승세
이날 나온 지표 가운데 주목해야 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뉴욕 연은의 기대인플레 전망치인데요. 뉴욕 연은의 6월 소비자기대 조사 결과를 보면 향후 1년 동안의 인플레이션 예상치가 4.8%로 5월(4.0%)보다 무려 0.8%포인트나 뛰었습니다. 이는 뉴욕 연은이 관련 자료를 내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최고치인데요.
향후 3년 간의 전망도 3.6%에 달합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관리목표가 평균 2%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격차입니다.
기대 인플레는 중요합니다. 소비자들의 생각이 상승률을 더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죠. “생활비가 더 오를 것 같다"는 예측은 임금을 더 올려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기대 인플레대로 실제 물가상승이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월가에서는 상품가격 상승보다는 임금 인상을 좀더 걱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처음에는 공급망 문제와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요폭증을 우려했지만 갈수록 조금씩 임금인상발 인플레이션을 신경쓰는 셈인데요. 사람 구하는 일이 어려워지면서 급여가 오르고 기업부담 증가→가격인상→임금인상의 고리가 생길 수 있는 탓입니다.
CNBC에 따르면 인턴십의 급여도 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인턴십은 한국과 달라 정규직을 채용하는 주요 수단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쨌든 코로나19에 지난해 4월 약 16%의 기업이 인턴십 제안을 철회했다고 합니다. 반면 인턴십을 계속 운영한 업체들을 보면 시간당 임금이 20.76달러로 1년 전보다 1.22달러 올랐다고 하네요. 또 56%의 기업이 평균 2,500달러의 주거비용과 1,700달러의 여비를 제공했다고 합니다. 급여라는 것이 밑에가 오르면 줄줄이 따라 오르는 경향이 있죠.
당장 내일(현지시간 13일 오전8시30분) 나올 6월 CPI를 보면 추가적으로 감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월가에서는 전년 대비 5% 상승해 5월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4%로 1992년 1월 이후 최대치가 될 전망인데요. 연준은 CPI보다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를 중시하지만 두 지표의 추세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실적 다음이 관건”…“만명의 베이비붐 세대 매일 은퇴”
다시 증시 얘기로 돌아오면 월가에서는 2분기 기업실적이 좋고 당분간 호재가 될 것이라는 데는 모두가 동의합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2분기 수익은 1년 전보다 64% 이상 급증할 전망인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질 캐리 홀은 “투자자들은 엄청난 어닝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2분기 실적 발표가 지나면 그 뒤로는 무엇이 있느냐는 것이죠. 실버크레스트 애셋 매니지먼트의 로버트 티터는 “어닝은 강할 것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질문은 그 다음에 무엇이 오느냐”라고 했습니다.
빅테크들은 계속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나머지는, 또 전체적인 시장은 어떻게 되느냐는 얘기죠. 잭 애블린 크레셋 웰스 어드바이저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투자자들은 블록버스터급의 어닝을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이것은 아마도 피크가 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피크 이후에는 하락이 있습니다.
반면 리트홀츠 웰스매니지먼트의 벤 칼슨은 여전히 시장에는 수요가 넘친다는 입장입니다. 꼭 연준 때문만이 아니라 은퇴한 사람들과 집을 사기 원하는 이들, 주식투자를 원하는 젊은이들이 지속해서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는 말인데요. 그는 “지금 사람들은 많은 돈을 갖고 있고 이들은 이것으로 자산을 사기를 원한다”며 “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매일 은퇴하고 있다. 이들은 약 70조 달러의 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들은 금리가 낮지만 일부를 국채에 투자하고 싶어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해외투자자들도 미 국채를 산다”고 했습니다.
이날 재무부가 10년 만기 국채 380억달러어치를 1.371%에 팔아치웠는데 응찰률이 2.39배였습니다. 해외 투자자 수요로 볼 수 있는 간접낙찰률이 63.5%였는데요.
사회의 주축이 된 밀레니얼 세대가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거주 목적의 집을 원하고 있어 가격이 올라도 수요는 계속된다는 게 벤 칼슨의 생각입니다. 또 여유로운 은퇴 생활을 위해 모두가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는 것이죠.
기술적인 분석과 함께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함께 듣는 것이 경제상황을 바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미국 경제와 월가의 뉴스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