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한 지 한 달 남짓 지난 ‘이준석호’가 격랑에 흔들리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 논란에 휩싸인 것이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앞서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를 주장하고 중국대사 앞에서 홍콩 문제를 거론하는 등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내놓는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추경안 논란으로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이로 인해 당내에서는 의원들이 이 대표와 ‘허니문’ 기간을 끝내고 본격적인 ‘파워 게임’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가 전날 송 대표와의 회동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에 동의한 데 대해 송 대표의 전략에 말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지원 확대가 불가피한 가운데 송 대표가 야당의 당론을 받아주는 자세를 취하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관철했다는 분석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형식과 내용 모두 잘못됐다. 그 중요한 문제를 식당에서 둘이 앉아서 합의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또 송 대표는 소상공인 지원을 두텁게 하면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주려면 추가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텐데 그건 쏙 빼먹었다.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쇼를 벌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에서도 이 대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여당의 포퓰리즘 매표 행위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라며 “추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살포를 막을 명분을 상실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가 전날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홍콩 민주화 문제를 꺼낸 점도 신중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야당 대표가 외교적 발언 대신 정제되지 않는 직설적인 발언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앞서 전날 공개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대해 ‘잔인함(cruelty)’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반중 정서를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 논쟁도 당내 반발에 직면했다. 4선의 권영세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통일부 폐지론은 옳지 않다”며 “통일부는 존치해야 하고 이 대표도 언행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이 대표가 얘기하는 내용이야 다 훌륭한 내용이지만 집권해서,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며 논쟁 시기의 부적절성을 짚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 취임 이후 혁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 대표와 관련해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당내의 한 중진 의원은 “여러 의원이 찾아와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며 “하나씩 바로 지적하지 말고 ‘이준석의 시간’을 지켜주기 위해 치부책에 담아두라고 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불거진 논란을 계기로 이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반대하거나 쓴소리를 하는 의원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그동안 파격 행보를 보여왔지만 신중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며 “당내 여러 의사 소통 구조가 있는데 그걸 패싱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렇게 이야기해버리면 리더십에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계속 이렇게 되면 나중에 점점 큰 문제가 나와 당이 어려움에 처하고 이 대표 본인의 위상도 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며 “이제부터는 문제가 있으면 지적을 하는 게 본인과 당에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