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필요성 여전한 10만원권 다시 드라이브 걸릴까

한은 발권국, 10만원권 잠재수요·여론 조사

2007년 5만원권과 발행 직전까지 갔다 중단

인플레 심리 자극·불법 거래 악용 우려 있지만

코로나 계기로 최고액권 수요 늘며 필요성 커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현금운송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될 설 자금 방출 작업을 하고 있다. 2021.02.04 사진공동취재단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현금운송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될 설 자금 방출 작업을 하고 있다. 2021.02.04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2007년 발행 직전까지 갔다가 중단한 10만원짜리 고액권에 대한 잠재 수요와 여론 파악에 나섰다. 10만원권 발행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와 지하 경제 확대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에서 최고액면 화폐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발행 필요성은 여전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은 발권국은 14일 올 해 경제주체별 현금사용 행태를 조사하면서 10만원권이 도입됐을 때 예상되는 사용 빈도나 용도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현금사용 행태 조사는 경제주체별 현금 사용에 관한 특성이나 관련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3년마다 진행하는 것으로 발권 정책을 수립할 때 기초자료로 활용한다.



한은 발권국은 이번 조사에서 현재 최고액권인 5만원권 사용 빈도와 용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동시에 10만원권 도입이나 액면 변경 등에 대한 의견을 수집할 계획이다. 특히 5만원권의 구매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10만원권에 대한 수요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한은 발권국 관계자는 다만 논란을 의식해 “당장 10만원권 발행 계획은 없고 연구 조사 차원에서 살펴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한은은 2007년 고액권 발행계획을 통해 5만원권과 함께 10만원권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 상승 우려와 뇌물로 인한 부정부패 등을 이유로 10만원권 발행을 반대했고 결국 2009년 10만원권을 포기한 채 5만원권만 발행했다. 이후 한은은 고액권 발행 계획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주열 총재는 “현금 사용이 줄고 전자적 지급 결제 수단이 확대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고액권을 발행할 필요성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10만원권 발행에 가장 큰 걸림돌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자극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동성이 급격히 늘어난 가운데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돌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유독 민감해진 상황이다. 더구나 현금은 거래 추적이 불가능해 고액권을 이용한 자금세탁이나 조직범죄 등 음성적 거래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10만원권 발행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이러한 문제에도 한은이 10만원권 발행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비해 최고액권 액면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미국(100달러), 일본(1만엔)의 최고액권 대비 5만원권 가치는 절반 수준이다. 은행권 액면 수도 우리나라는 4종으로 세계 37개 주요국의 평균 6종보다 적다.

화폐가 거래수단이 아닌 가치저장수단으로 달라진 만큼 최고액면 발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주요국에서는 화폐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미국은 코로나19 전후로 예비용 현금 보유 규모가 88%나 급증했다. 재난 상황에서 안전자산수단으로서 사전에 현금을 확보하려는 예비적 화폐 수요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한 발권정책 전문가는 “현금 없는 사회로 진전된 상황에서 최고액권 수요가 급증했다는 것은 화폐가 점차 지급결제수단이 아닌 가치저장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탈세 등 불법적으로 악용하는 일만 막으면 현금 보관비용을 줄이는 등 10만원권 발행으로 얻는 이익이 크다”고 설명했다.


조지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