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잡코인 상폐 이어…'코인 예금'도 위축

■가상자산사업자 평가 가이드라인

코인 기반 스테이킹·예치 상품

자금세탁 위험평가때 가중치 둬

암호화폐 업계 "매매 중개 이외

모두 위험하다는 건 과도" 반발





특정금융거래정보법상 신고 기한을 두 달여 남짓 앞두고 암호화폐거래소의 예치 서비스 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실명 계좌 발급 권한을 쥔 은행권에서 거래소의 자금세탁 위험 평가 시 코인 매매 중개 외의 서비스를 위험하다고 평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업계는 매매 중개 외에 모든 서비스를 위험하다고 보는 것은 과도하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금세탁 위험 평가 방안(가이드라인)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가이드라인은 암호화폐거래소에 실명 계좌를 발급하기에 앞서 은행들이 자금세탁 위험성을 평가할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은행연이 마련했다. 시중은행은 이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상황에 맞게 일부 조항을 빼거나 추가해 거래소의 자금세탁 위험을 평가하게 된다. 가이드라인에는 국가 위험, 상품 및 서비스의 위험, 고객 위험, 사업 위험 등으로 리스크를 구분해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중 상품 및 서비스 위험 부문에서 거래소가 암호화폐의 매매 중개 이외에 암호화폐를 활용해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을수록 위험 가중치를 두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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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가이드라인에서 언급한 ‘기타’ 서비스로 스테이킹·예치 서비스를 손꼽는다. 예치 상품은 은행 ‘예금’처럼 코인을 맡긴 뒤 정해진 기간 뒤에 고정 이자를 받는 상품이다. 스테이킹은 코인을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맡긴 뒤 프로젝트 결과에 따른 보상을 받는 상품으로 예치와 달리 만기·고정된 이자가 없는 게 특징이다. 모두 코인을 기반으로 한 투자 상품으로 매매 중개 서비스에 속하지 않는 만큼 가이드라인에 따라 은행으로부터 자금세탁 위험성이 있다고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해당 항목은 은행이 참고할 수 있게 기본 틀만 제공한 수준”이라면서도 “예치 등을 포함해 거래소가 취급하는 서비스가 많을수록 구조적으로 자금세탁 위험이 커지는 만큼 서비스별 위험을 측정해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침에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앞서 거래 가능한 코인이 많을수록, 특히 신용도가 낮은 이른바 ‘잡코인’을 많이 취급할수록 위험 가중치를 두고 평가하는 방안이 알려진 후 거래소마다 잡코인 상장폐지를 해온 것처럼 이 같은 가이드라인이 해당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변동성이 큰 코인 시장에서 투자자를 위해 제공하는 상품 중 하나인데 은행권에서 과도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 예금과 비슷한 구조인데도 예금자 보호가 안 되는 점을 들어 ‘먹튀’ 가능성을 더 우려하는 것 같다”며 “예치 상품을 판매하는 주요 거래소들도 나름의 상품 선정 기준을 정해 고객에게 소개하고 있어 모두 위험하다고 보는 건 과도하다”고 언급했다.

스테이킹·예치 서비스뿐만 아니라 해외 송금 등 다른 서비스로 거래소가 사업을 확장하는 데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금융사를 통한 송금보다 낮은 수수료, 시간 단축 등의 장점이 있지만 현 가이드라인으로는 위험 가중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아직 블록체인 시장이 초기 단계라 트랙 레코드(실적)가 안 쌓여서 불안하게 보는 점은 이해가 가지만 이럴 때일수록 업권법 등을 통해 명확한 규정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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