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세입자 쫓겨나고 집주인 생이별 '쑥대밭'…세금만 '황금밭' 됐다

[부동산 헛발질에 재산세 폭탄]

밀어붙인 '실거주 2년' 백지화에

"가족들 찢어져 이미 이사" 패닉

애꿎은 세입자는 떠돌이 내몰려

"나라가 피해 보상해주나" 원성

文정권 4년간 재산세 82% 폭증

집값 상승 불러 실수요자 부메랑

노형욱(가운데)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노형욱(가운데)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 서울 광진구 광장동의 구축 아파트를 전세 준 집주인 50대 A 씨는 ‘재건축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신세가 됐다. 올해 초 전세 만기 6개월을 앞두고 세입자 B 씨에게 퇴거를 요청했는데 B 씨 역시 보유한 집으로 이사해야 하니 그 집의 전세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6개월만 기다려 달라고 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A 씨 부부는 이삿짐을 보관업체에 맡긴 뒤 회사 근처 오피스텔을 단기 월세로 구해 이사했다. 고등학생인 자녀는 학교 문제로 당분간 원래 살던 집 근처의 친척 집에 머물기로 했다. 뒤늦게 ‘2년 실거주’ 의무가 백지화됐지만 A 씨는 “이미 이사한 마당에 되돌릴 방법도 없지 않냐”며 허탈해했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정책 실패로 세입자도, 집주인도 신음하고 있다. 1년 만에 백지화된 재건축 실거주 2년 요건 때문에 A 씨처럼 다른 곳에 살던 집주인들이 부랴부랴 이사를 들어가고 애꿎은 세입자들은 살던 집에서 나가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주택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위장 이혼한 사례도 있다. 시장은 신음하고 있지만 정부는 늘어난 세수에 뒤에서 웃고 있다. 서울경제가 서울시 주택 재산세(7월분)를 분석한 결과 현 정부 4년 동안 82% 폭등했다.





당신 때문에 벼락 거지 됐다” 가족 해체까지=이촌동 재건축 아파트에 전세로 살던 C 씨는 집주인이 실거주를 해야 한다며 전세 연장을 해주지 않아 최근 강남 오피스텔로 단기 이사를 했다. 성동구 옥수동의 본인 소유 아파트 전세 계약이 내년 초 종료되면 들어가 살 계획이다. 정부가 재건축 2년 실거주 방침만 내놓지 않았어도 이촌동 집주인과 C 씨는 물론이고 C 씨 소유의 옥수동 아파트 세입자까지 연쇄적으로 이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C 씨는 두 차례의 이사 비용과 짐 보관비, 단기 오피스텔 월세 등 쓰지 않아도 될 1,000만 원 이상을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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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폐지된 ‘재건축 실거무 의무’로 피해를 본 집주인과 세입자들은 ‘피해도 나라가 보상해줘야 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재건축 집주인은 “‘0개’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냐”며 “정부에 집단 소송을 넣으려고 하는데 동참하는 분 없냐”고 분노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집값이 더 뛰면서 ‘당신 때문에 진짜 벼락 거지 됐다’는 하소연 글이 늘고 있다. 부모가 말려서, 아내·남편이 말려서 집을 사지 않았는데 결국 ‘벼락 거지’가 됐다는 신세한탄이다. 한 직장인은 “집에서 청약이라는 말은 꺼내서는 안 될 ‘금기어’가 됐다. 신혼부부는 무리한 대출은 하지 말라는 양가 부모님의 조언을 들었다가 영끌로도 집을 살 수 없게 되자 부모님을 원망하는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달 1일부터 시행된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양도소득세 중과 등을 피하기 위해 부부가 위장 이혼을 하는 등 세금을 피하기 위한 갖은 꼼수도 등장했다.



◇4년 만에 재산세 82% 폭증…세금만 늘었다=상황이 이런데도 부동산 세수는 늘었다. 현 정부가 출범한 해인 지난 2017년 7월 부과된 서울의 주택분(50%) 재산세는 1조 원이 채 안되는 9,076억 원이었다. 그 다음해 1조 197억 원을 기록하며 1조 원대를 돌파했고 2019년 7월에는 1조 1,849억 원, 2020년 7월 1조 4,283억 원을 거쳐 올해 7월에는 1조 6,546억 원까지 올랐다. 불과 4년 새 재산세가 무려 82% 폭증한 셈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는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의 재산세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지난 4년간 주택분 재산세가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곳은 송파구로 1,368억 원에서 2,520억 원으로 84% 올랐다. 그 뒤를 강동(상승률 80%)·성동(77%)·서초(73%)·강남구(72%) 등이 이었다. 재산세 증가 상위 5곳이 모두 이른바 ‘고가 지역’으로 분류되는 강남 3구와 ‘마·용·성’에 속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산세가 급증한 것은 집값이 그만큼 올랐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며 내놓은 안정화 정책들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서 서울 집값이 무섭게 오른 데다 공시 가격을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리는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을 꾸준히 추진했다. 그 결과 재산세 부과 기준이 되는 공시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자연스럽게 재산세 부담도 늘어났다.

이 같은 보유세 상승은 결국 실수요자의 세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분석이다. 소득은 4년 전과 큰 차이가 없는데 집값이 급등했다는 이유로 재산세가 대폭 늘어나면 실소유자 입장에서는 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집값 상승과 공시가 현실화가 맞물리면서 재산세가 크게 올랐는데 아직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있기 때문에 버틸 수 있겠지만 이후 집값이 하락하면 보유세 체감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며 “특히 소득이 없는 은퇴자의 경우 갑자기 오른 재산세를 부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희영 기자·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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