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미겔 디아스카넬






2018년 11월 4일 평양 순안국제공항.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도착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를 직접 맞이했고 21발의 예포가 쏘아졌다. 국가원수급 예우였다. 올해 4월 19일 디아스카넬이 쿠바 공산당 제1서기에 선출됐을 때도 김 위원장은 이튿날 “가장 열렬한 축하 인사를 보낸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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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카넬은 피델 카스트로와 라울 카스트로 형제가 만든 ‘카스트로 왕조’의 계승자다. 그는 1960년 쿠바 혁명의 격전지로 유명한 산타클라라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쿠바 혁명군으로 복무했다. 1993년에 공산당에 입당해 10년 만에 최연소 중앙정치국 위원이 됐다. 2009년에는 교육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2012년쯤 라울의 후계자로 낙점된 그는 6년 동안 승계 수업을 거쳐 2018년 국가평의회 의장을 물려받았다. 2019년에는 43년 만에 부활된 대통령직에 올랐다. 올해는 90세의 고령인 라울이 공산당 제1서기를 그에게 넘겨주고 ‘상왕’으로 물러났다. 이로써 쿠바는 카스트로 형제의 직접 통치 시대와 작별했다.

디아스카넬은 정치에선 강경 노선, 경제에선 개혁 노선을 걸었다. 공산당 일당 체제는 굳게 유지해야 하지만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개혁은 필요하다는 게 그의 통치 철학이다. 2019년에는 사유재산권과 시장경제를 인정하고, 대통령과 국가평의회 의장을 중임(총 10년)으로 제한하는 새 헌법도 마련했다.

요즘 쿠바인들은 62년간 이어온 카스트로 형제와 디아스카넬의 세습 독재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드러내놓고 외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수도 아바나 등 40개 지역에서 심각한 경제난과 코로나19에 지친 시민들이 공산당 일당 체제의 종식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그런데도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쿠바의 사회 불안을 부추기기 위해 경제적으로 옥죄는 정책”을 썼다며 미국을 탓했다. 밥을 달라는 국민의 호소에는 주먹으로 답하고 자기 책임은 외세에 돌리는 것은 쿠바 혁명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법치·인권을 저버리고 경제를 몰락시킨 정권이 역사의 심판을 피할 길은 없다.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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