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에게 세무사 자격을 더 이상 자동으로 부여하지 않도록 개정한 세무사법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15일 헌재는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더 이상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세무사법 3조에 대한 헌법 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을 이듬해 바로 시행하도록 한 부칙은 반대 의견이 더 많았지만 정족수를 넘지 못해 기각됐다.
세무사법은 1961년 제정 이후 50년간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도 부여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7년 12월 법이 개정되면서 세무사 자격에서 ‘변호사’가 삭제됐다. 개정 전까지 세무사로 활동한 변호사들에 대해서는 자격을 인정했다. 이에 2018년 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A 씨 등은 자신들이 세무사로 활동하지 못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과 직업선택권·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헌법 소원을 냈다.
재판부는 “변호사가 세무나 회계 등과 관련한 법률 사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반드시 세무사의 자격이 부여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세무사 자격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는 국가가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또 변호사 자격으로 하는 조세에 관한 신고·상담 등 세무 대리 업무 외에 다른 세무 대리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불이익이 위 조항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내고 “세무 대리 업무 중 ‘장부작성업무’와 ‘성실신고확인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업무는 원래부터 변호사에게 전문성이 인정돼온 업무”라며 “6개월 이상의 실무 교육 등을 받아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변호사에게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기영 재판관 등 과반수 이상의 재판관은 부칙에 대해서도 “제도가 단시일 내에 폐지 또는 변경되리라고 예상될 만한 별다른 사정이 없고 부칙 조항으로 인한 신뢰이익 침해 정도가 중대하다”며 헌법 불합치를 선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헌재의 의결 정족수인 6명을 넘지 못해 기각됐다.
대한변협은 “재판관 중 다수가 세무사법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은 유의미하다”며 “위헌적인 세무사법이 폐기될 때까지 계속해서 헌법 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세무사 자격을 자동 취득한 변호사에게 세무 대리 업무를 허용하되 장부 작성과 성실 신고 확인 업무는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세무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