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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아직도 살아있는 ‘모비딕’

박광석 기상청장

박광석 기상청장박광석 기상청장




“모든 것을 파괴할 뿐 정복하지 않는 고래여! 나는 이제 네게 돌진해 끝까지 너와 맞서리라!”

이 강렬하고 절절한 목소리는 1851년 미국의 작가 허먼 멜빌이 쓴 소설 ‘모비딕’ 속 외침이다. 미국인들이 성경 다음으로 좋아하는 책이라 불릴 정도로 찬사를 받는 모비딕은 19세기 호황이었던 미국 포경 업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고래와의 결투를 치열하고 박진감 넘치게 그리고 있다.



한쪽 다리에 고래 뼈로 만든 의족을 한 포경선 ‘피쿼드호’의 선장 에이허브. 그는 자신의 다리를 앗아간 고래 ‘모비딕’에 대한 복수라는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이다. 바다에 순응하지 않고 정복하려고 했던 에이허브 선장의 무모한 집념을 비웃듯 바다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거대한 동심원의 소용돌이로 끌어당겨 흔적도 없이 포경선을 삼켜버린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을 냉철하게 지켜본 주인공 이스마엘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아 독백처럼 격정적이었던 바다를 되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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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모비딕은 광활한 바다를 통해 대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나약함을 오롯이 깨닫게 한다. 특히 성난 바다를 ‘전능한 바다의 거대한 파도의 굉음, 마치 보트를 두 동강으로 쪼개버릴 듯한 날카로운 파도의 칼날’이라고 표현한 대목에서는 대자연의 공포감을 실감하게 된다. 바다는 탐험·무역·번영의 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언제든 사전 예고도 없이 갑자기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갈 힘도 가지고 있다.

일찍부터 바다를 접했던 사람들은 바다의 변덕스러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바다 날씨는 인류의 역사와 전쟁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은 태풍 코브라의 진로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해 필리핀해에서 790명의 미 해군이 생명을 잃게 되는 급박한 상황에 놓였고 이름 모를 수병들은 성난 바다를 멈출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했다.

바다의 위험 기상인 태풍·풍랑·해일 등에 의해 발생하는 해양 사고는 사전 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광활하고 한없이 경외감을 주는 바다에서 ‘모비딕’이라는 맹목적인 목표만을 가지고 나아간다면 우리도 ‘피쿼드호’처럼 결국 가라앉고 말 것이다. 일등항해사인 ‘스타 벅’은 모비딕에서 가장 이상적이고 차분한 인물이다. 끊임없이 모비딕을 쫓는 에이허브 선장을 만류했던 스타 벅처럼 우리에게도 바다의 안전을 위한 일등항해사가 필요하다.

해양 사고의 위험성을 직시하고 미리 대응하기 위해서는 바다의 날씨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기상 정보를 국민들에게 적시에 전달하기 위해 기상청은 매일 24시간 바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하늘과 바다의 날씨를 가장 잘 아는 기상청은 국민을 안전하게 항구로 인도하는 소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피쿼드호의 일등항해사 스타 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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