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한국판 게임스톱' 결국 실패…고점 매수 동참한 개미만 눈물

공매도 1위 종목 에이치엘비

사전매수 유입에 장중 22%↑

차익실현으로 3시 이후 오름폭 둔화

개인 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가 올해 초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운행했다./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개인 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가 올해 초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운행했다./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공매도에 반대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벌인 첫 번째 ‘한국판 게임스톱(K스톱)’ 운동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공매도 1위 종목인 에이치엘비(028300)의 주가를 끌어올려 공매도 세력에 피해를 입히겠다고 야심 차게 선언했지만 정작 약속된 시간에 매수 대신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주가가 하락 반전한 것이다. ‘K스톱’의 취지에 동의해 고점 매수를 시도했던 순진한 투자자들만 손실을 보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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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한국투자자연합회가 반(反)공매도 운동의 타깃으로 지목한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날 오전 보합세를 보였던 에이치엘비 주가는 한투연이 오후 3시부터 30분 동안 ‘에이치엘비 주식 매수’ 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히며 10% 이상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오후 2시께에는 전 거래일 대비 22.16% 오른 4만 3,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약속된 오후 3시가 되자 매수가 아닌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주가가 하락세로 반전했다. 불과 1~2분 만에 8% 가까이 떨어진 주가는 이후로도 크게 반등하지 못한 채 전 거래일 대비 5.54% 상승한 3만 7,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에이치엘비의 주가를 보면 한투연의 계획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는 분석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후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 되갚는 투자 기법이다. 즉 주가가 상승하면 공매도 투자자들은 오히려 큰 손실이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착안한 미국의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타깃이 된 게임스톱과 AMC엔터테인먼트 등을 집중 매수해 주가를 1,000%씩 급등시켜 손실을 버티지 못한 공매도 세력이 잔액을 강제로 청산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한투연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주식을 집중 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려 공매도 세력의 물량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오히려 이 계획을 역이용한 투자자들이 몰리며 실패를 맞았다.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약속된 시간이 되기 전부터 매수에 나선 후 정작 매수를 시작할 시점이 되자 고점 매도 물량을 대거 쏟아낸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한투연의 계획에 동참해 고점 매수를 시도했던 투자자들만 큰 손해를 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려서 수익을 얻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폭탄 돌리기’나 다름 없는 투자”라고 비판했다.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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