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만년에 일본과 한국 사이에 올림픽 정신, 즉 스포츠를 통한 평화 증진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고(故) 손기정 선생의 아들 손정인 씨는 1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부친이 온갖 핍박을 받으면서도 일본에 대해 원한을 갖지는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씨는 인터뷰에서 부친이 정말 바란 것은 “한일 양국이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반복하지 않고 앞을 내다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손기정 선생은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일본 선수가 메달을 딸 경우 베를린 올림픽 때 받은 고대 코린트식 투구의 복제품을 몰래 선물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또 1951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일본 마라토너 다나카 시게키가 우승했을 때 ‘아시아의 승리’라며 축하 메시지를 전한 사연도 공개했다.
손기정 선생은 2002년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을 공동 개최할 때 이를 크게 반기며 아들에게 “과거는 과거로 남겨두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는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 손 씨는 “아버지는 전쟁에서 이기든, 지든 총을 맞으면 모두 죽지만 스포츠에서는 설사 진다고 해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을 좋아했다”고 덧붙였다.
손기정 선생은 스포츠를 통한 화해와 평화를 그토록 기원했지만 일본은 아직도 그를 ‘일본 마라토너’로만 보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손기정 선생의 평전을 쓴 데라시마 젠이치 메이지대 명예교수는 “일본인들에게 손기정 선생은 매우 불편한 주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문을 연 일본올림픽박물관은 역대 일본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소개하는 코너에서 손기정 선생을 ‘일본인’처럼 소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일본올림픽박물관의 오류를 바로잡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