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철강사 稅부담 최대 4,000억…현대차는 '전동화' 5년 앞당겨야

■ EU 탄소국경세 도입…산업별 영향은

철강, 매년 탄소국경세 부담 커져

2030년엔 수출할수록 적자 누적

유럽 비중 12% 현대차도 비상등

전기차 활성화 새 기회 잡을 수도

조선, LNG선 발주 증가 기대감

해운사는 저탄소 연료 등 비용↑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세 시행은 제조업 중심인 국내 산업계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단기간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어렵고 EU 수출 물량이 많은 철강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오는 2030년에는 최대 4,000억 원을 탄소세로 내야 할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친환경차 전환 속도가 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철강 업계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관련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EU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 함유량에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계된 탄소 가격을 부과해 징수하는 조치다. 2023년 1월 1일부터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기 등 5개 분야에 우선 적용한다. 배출량 등 보고 의무만 부여하는 3년의 전환 기간을 거쳐 2026년 전면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철강 업계, 최대 4,000억 이상 부담

EY한영회계법인이 올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EU가 톤당 30.6달러의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나라 철강 업계는 약 1억 4,190만 달러(약 1,600억 원)를 내야 한다. 이는 지난 2019년 우리나라가 EU에 수출한 철·철강 물량인 278만 3,801톤과 이에 따른 탄소 배출량 463만 5,721톤을 추산한 후 EU의 배출권거래제 및 역내 탄소세 규제에 포함된 탄소 가격을 적용해 계산한 값이다. 우리나라는 2019년 EU에 철·철강 제품을 3조 3,000억 원 수출했는데 수출액의 5%를 탄소국경세로 지출하게 되는 것이다. 철강 업계의 영업이익률이 10%라고 할 때 영업이익의 절반이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문제는 해가 갈수록 탄소국경세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EY한영회계법인은 톤당 탄소국경세가 2030년에는 75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우리나라 철강 업계는 3억 4,770만 달러(약 4,000억 원)를 지불해야 한다. 이 경우 탄소국경세는 2030년 철·철강 수출액의 12.26%를 차지하게 된다. 우리나라 철강 업계가 10%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수출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철강 제품의 대EU 수출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유럽이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것은 자국 내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EU 철강 업체들의 경쟁력이 낮은 상황에서 해외에서 생산된 철강 제품에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진입 장벽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금속광물 제품과 1차 철강 제품에 탄소국경세가 부과될 경우 철강 제품의 수출이 11.7%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차 등 전동화 시점 앞당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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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산업의 친환경 시계도 점차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 전기차 판매 전환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규제는 사실상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2030년부터 신규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2021년 대비 55% 줄이고 2035년부터는 100% 줄이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유럽 시장 대응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의 전 세계 판매량에서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12.1%다. 현대차·기아의 유럽 내 점유율은 5월 기준 8.1%다. 현대차는 현재 2040년 유럽·미국·중국 등 핵심 시장에서 전면 전기차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EU 규제에 따르면 유럽 내 전기차 전면 전환 시기가 5년 앞당겨지게 된다. 2030년 선진 시장의 전기차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는 기아도 EU의 규제 속도를 눈여겨봐야 하는 입장이다.

이 같은 규제가 오히려 전기차 산업 활성화에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예상보다 빨리 전기차 대세화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전기차 100만 대 판매, 점유율 1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등을 합해 23종 이상의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5.6%의 점유율을 기록해 3위를 차지했다. 기아도 2025년 전기차 시장 점유율 6.6%, 영업이익률 6%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운사, 연료비 부담 불가피

국내 항공사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규제가 EU 내에서 출발·도착하는 노선을 대상으로 항공유에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출발하는 국내 항공사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다만 해당 규제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대비해 항공사들은 바이오항공유 활성화 등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조선·해운 업계는 EU의 환경 규제로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무탄소·저탄소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의 시장 도입이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 업계에는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가 늘어 긍정적이지만 해운 업계는 연료 비용이 커져 부담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장기적으로 탄소 집약도가 높은 산업의 탄소 배출이 감소될 수 있도록 관련 기술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 강화에 힘써달라”고 정부에 당부했다.


서종갑 기자·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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