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제2 정인이' 막겠다던 경찰, 인력난에 '허덕'

아동학대 신고 1년새 두배 늘어

업무부하 가중에 사건처리 지연

자칫 부실수사 이어질 우려까지

"인력 확충·유관기관 공조 시급"

/연합뉴스/연합뉴스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이 발생한 지 어느덧 9개월이 지났다. 경찰은 또 다른 ‘정인이’의 비극을 막겠다며 올해 초 전국 각 시도 경찰청에 아동학대 전담 수사팀을 신설했지만 관련 신고가 1년 새 두 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업무 부하는 물론 사건 처리가 정체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제대로 된 인력과 예산 충원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리 사건이 누적될 경우 자칫 부실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12 신고로 접수된 아동학대는 1만 3,132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6,793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부터 정인이 사건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한 이후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아동학대 의심 신고도 급격히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동학대 신고가 급증하면서 담당 수사관들의 업무 부담도 함께 가중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도 경찰청 아동학대 전담팀 소속 수사관 139명이 올 2월부터 6월까지 담당한 사건은 총 3,681건이었다. 산술적으로 수사관 1인당 5개월간 26건이 넘는 사건을 맡아온 셈이다. 경찰은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수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2월부터 만 13세 미만 아동학대 사건을 일선 경찰서가 아닌 시도 경찰청 내 전담 수사팀이 맡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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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수사관들은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수사와 처리 절차가 복잡한 데다 올 들어 신고가 몰리면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가 의사소통이 어려운 영·유아거나 유치원·초등학생인 아동학대 사건은 피해 아동의 구체적인 진술 확보가 쉽지 않아 학대 여부 판단 자체가 까다롭다. 또 임시 보호·분리 조치, 진술 조력인 선정 등 수사 과정도 복잡해 사건을 처리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더욱이 정인이 사건 이후 경찰이 초기 부실 처리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가급적 모든 사건에 대해 입건 조치를 하다 보니 담당 수사팀이 처리해야 할 아동학대 사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도 까다로운 데다 사건 접수가 크게 늘면서 너무 벅차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경찰청은 올 1~6월 접수된 아동학대 사건 639건 중 62%에 달하는 401건을 아직 수사 중이고, 같은 기간 경남청은 206건 중 70%에 달하는 144건을 여전히 수사하고 있다. 이은주 의원은 “아동학대에 대한 수사기관의 적극적 대응이 중요해졌지만 늘어나는 신고에 비해 전담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수사 병목현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전담팀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자 경찰청은 지난 6월부터 전담팀이 담당하는 사건의 기준 연령을 기존 만 13세에서 만 10세 미만으로 낮췄다.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만 10~12세는 정상 진술이 가능해 일선 경찰서에서도 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와는 별개로 수사 인력 확충이 뒤따라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은주 의원은 “아동학대는 신속한 초동 수사가 생명인 만큼 전담 수사 인력을 확충해 피해 아동 보호와 학대 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아동보호 전문 기관 등 유관 기관과의 유기적인 공조 체계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사건은 경찰과 복지 전문가 등 다자 간 접근이 중요하다”며 “아동 전문 기관 등에서 인력을 파견 받는 식으로 전담팀을 운영하면 전문성도 높이고 인력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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