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다시 '집콕 여름'…소설 읽을까? 에세이 읽을까?





‘쉼표의 시간’인 여름 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소설과 에세이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는 물론 영미와 유럽권의 유명 작가들의 신간들이 줄지어 서점가에 선보이고 있다. 역사·미스터리·SF 등 장르도 다양하다. 에세이 역시 두 작가가 주고 받은 편지 형식을 비롯해 새로운 주제, 구성을 시도한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18일 출판계에 따르면 최근 출간된 외국 소설 중에는 노벨문학상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의 초기작이자 유고작인 ‘스카이라이트’가 눈에 띈다. 초기작이면서 유고작이라는 특이성을 가지는 이유는 사라마구가 1953년에 작품 원고를 한 출판사에 보냈으나 당시에는 빛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36년이 지나 출판사 측이 출판을 제의했지만 이번에는 작가가 출간을 거부했다. 생전엔 출간하지 말라는 게 작가의 입장에 따라 결국 이 작품은 그의 유고작이 됐다. ‘스카이라이트’는 1940년대 후반 리스본의 어느 임대 아파트 주민들의 이야기다.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독재가 계속되던 시절의 분위기가 담겨 있다. 작가는 진부한 상황에서 심오함과 보편성을 찾아내고 고요한 가운데 관습을 전복하려 한다.



독일 작가 다니엘 켈만의 ‘틸 : 줄 위의 남자’도 주목할 만하다. 작품은 17세기 초 전쟁과 전염병이 휘몰아친 절망의 시대, 밑바닥에서 거침 없는 인생을 산 주인공 틸의 생애를 따라가는 역사 소설이자 모험 소설이다. 독일에서만 70만 부가 판매됐고, 지난해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가디언 등 유수의 언론이 최고의 소설로 선정했으며, 현재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작품으로 제작 중이다.




스웨덴 작가 스테판 안헴의 ‘얼굴 없는 살인자’는 폭염 속에서 서늘함과 오싹함을 느끼게 해주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다. 스웨덴의 한 학교에서 동창생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살인마는 숨바꼭질하듯 메시지를 남기고, 형사는 단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무엇이 정의인지 독자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출간 직후 스웨덴,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전 지역에서 베스트셀러에 등극했고, 전 세계 30개국에서 200만 부 이상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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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작품 중에서는 정유정의 ‘완전한 행복’이 지난 달 초 출간 이래 한 달 넘게 소설 분야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윤성희, 권비영, 김유원, 곽재식 작가 등이 최근 신간을 내놓았다. 윤성희의 ‘날마다 만우절’은 올해 등단 22년 차인 작가가 내놓은 여섯 번째 소설집으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쓴 열한 편의 단편을 모았다. ‘어느 밤’ ‘남은 기억’ 등 나이 든 여성의 삶에도 활기와 생명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덕혜옹주’의 권비영은 또 다시 대한제국 시절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을 내놓았다. 신작 ‘하란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유학생이자 유관순 열사의 스승이었던 독립운동가 하란사의 일생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암흑 속에서 빛을 찾아야 했던 시절을 이야기한다. 김유원은 ‘불펜의 시간’에서 야구를 통해 세상의 부조리를 문제 삼고, 곽재식은 먼 미래 은하 이야기를 다룬 ‘ㅁㅇㅇㅅ’로 SF 팬들을 설레게 한다.



에세이 중에서는 문학동네의 서간 에세이 시리즈 ‘총총’의 시작을 알리는 신간 두 편이 눈에 띈다. 이슬아·남궁인의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는 작가들의 문장력 대결이 묘한 긴장감과 함께 따뜻한 웃음을 유발한다. 슬릭·이랑의 ‘괄호가 많은 편지’는 제목 그대로 괄호 속 문장이 가지는 부연의 의미, 쉽게 말하지 못하는 감정 등에 주목하게 한다.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신순규의 신간 에세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은 긍정의 근육을 기르기 위해 애썼던 자신의 삶 속 에피소드를 통해 팬데믹 시대에 삶의 소중한 가치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매일 책과 함께 살아가는 서점지기 유희경 시인의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은 서점 안 물건들, 서점을 찾는 사람들, 서점이 위치한 동네 이야기 등을 담았다.



이 밖에 일본의 국민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간도 여름 서점가를 노크한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동네, 도쿄 시모키타자와에 살면서 겪은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담은 ‘시모키타자와에 대하여’다. 아이를 키우며 부모님을 돌보느라 정신 없이 살아가는 작가에게 시모키타자와는 따뜻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긍정의 에너지를 갖게 하는 공간이다. 위로 받은 마음을 기록한 작가의 문장들이 독자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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