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나 검찰의 미제 사건이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법원과 대검찰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재판 연기와 조사 자제를 각각 권고해 사건 처리 지연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과 법원에 접수됐지만 처리되지 않은 미제 사건은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전국 법원 민사 합의부 1심 본안 사건 중 미제 사건은 지난해 12월 기준 4만 7,214건으로 집계됐다. 5년 전인 지난 2016년 3만 4,160건과 비교해 38% 가량 급증했다.
사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검찰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국 지방검찰청의 미제사건은 2016년 4만 2,680건, 2017년 4만 9,109건, 2018년 5만 5,931건, 2019년 6만 8,092건, 2020년 9만 2,869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6개월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은 미제 사건도 2016년 1,703건에서 2020년 4,693건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면서 추가적인 업무 처리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지난 9일 법원행정처는 수도권 법원에 재판 기일 연기·변경, 대검찰청은 전국 검찰청에 피의자와 참고인 등 사건 관계인에 대한 소환조사와 강제수사를 자제를 각각 권고했다. 이번 조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전광훈 목사 등 주요 재판이 줄줄이 연기됐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한 달 단위로 속행돼던 오전 기일 사건이 두 달 뒤로 지정되는 경우가 잦아졌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재판 연기 권고가 벌써 4번째라 법원 차원에서 조치가 필요할 듯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한 중소기업 사장은 지난해 2월 검찰로 송치 됐는데 올해 3월이 되고 나서야 첫 조사를 받는 등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며 “기소든 불기소든 정해줘야 다음 준비를 하는데 감염병까지 겹쳐 답답할 노릇”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법원과 검찰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법원행정처의 한 관계자는 “미제 사건이 늘고 있는 것은 알지만 재판 독립성 침해 우려 때문에 재판부에 관련 요청을 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영상 재판 사용이 늘면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도 “심야 조사, 장시간 조사 제한 등 인권수사에 코로나19가 겹치며 수사에 걸리는 시간이 전반적으로 늘고 있다”며 “다만 법원과 달리 대검 차원에서 미제 사건에 대한 신속한 처리 지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제 사건이 늘고 있는 또 다른 원인으로 서초동 법조계의 사기 저하를 꼽는 법조인들도 적지 않다.
한 부장판사는 “사건 처리율이 승진 가산점으로 들어갔는데 고등부장 승진제가 폐지되며 빨리 처리할 인센티브가 사라졌다”며 “코로나19로 어려운데 재판까지 늘어지면 시민의 고충이 가중될 수 있다는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