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구독링크]
옴쭉달싹 못하도록 고정된 토끼들이 실험을 기다리고 있는, 이런 사진을 본 적 있으신가요? 지구용사님들이라면 순한 토끼들이 실험실로 잡혀가서 어떤 일을 겪는지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각국이 화장품을 위한 동물 실험을 금지했지만, 사각지대가 있어요. 바로 여성 대부분이 정기적으로 써야만 하는, 생리용품.
박테리아가 묻은 탐폰을 토끼의 생식기에 집어넣은 후 14~16시간을 방치한다거나, 혹은 생리대·생리컵 원료가 동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하려고 직접 주입한다거나, 이후 안락사시키는 등의 동물 실험이 이뤄지고 있어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쓸 수는 없는 노릇. 다행히 대안이 꽤 많아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 제품 몇 개밖에 선택지가 없었던 걸 떠올리면 감개무량할 정도(에디터의 진심이 느껴지시나요…ㅠ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생리용품을 모아봤어요. 국내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제품들로요.
‘이브 콘돔’으로 알려진 인스팅터스의 생리컵은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의 크루얼티프리&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 생리컵은 버리지 않고 계속 쓸 수 있어서 가장 좋은 대안이에요. 제품 패키지, 택배 완충재도 최대한 종이로 만들었구요.
미국에서 한국 여성 세 명이 창업한 ‘라엘’ 제품도 동물실험을 하지 않아요. 생리대, 팬티라이너, 탐폰까지 다양한 라인업이 갖춰졌다는 장점까지. 라엘은 창업 이듬해인 2017년 아마존에서 생리대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유명해졌어요. 정말 빵! 하고 뜬 거죠. 탐폰의 어플리케이터가 플라스틱인 게 아쉽긴 한데, 대신 한국 쇼핑몰이나 다름없는(?) 아이허브에서 종이 애플리케이터 버전의 라엘 탐폰을 판매 중이에요.
해피문데이는 생리대, 탐폰을 판매 중이에요. 탐폰은 유기농 순면 흡수체와 사탕수수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 어플리케이터로 구성됐어요. 그러고보니 해피문데이, 인스팅터스, 라엘 모두 여성이 창업한 기업들이라 더 안심하고 쓸 수 있을 거란 믿음도 가요.
마지막으로 올리브영, 랄라블라 같은 오프라인 드럭스토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트라케어 제품도 크루얼티 프리. 아이허브에서 살 수 있는 허니팟(Honeypot), 오가닉스(Organyc)의 생리대·탐폰과 디바(Diva)·루넷(Lunette) 생리컵도 크루얼티 프리. 페타 홈페이지, 각 사 홈페이지 등에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빨아 쓰는 순면 생리대, 생리팬티도 좋은 대안이에요. 일회용 생리용품에 비하면 번거롭겠지만 지구를 위해 그런 수고쯤 달게 받아들이는 용사님들이 늘어나는 분위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