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자의 눈]중대재해처벌법과 기회손실

전희윤 산업부 기자





최근 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듣는 웨비나가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지금처럼 하루 1,000명을 거뜬히 넘기 전에는 로펌에서 이 주제로 오프라인 설명회를 열 때면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경영만 하기도 바쁜 기업들이 이처럼 절박한 마음을 안고 하나라도 더 알기 위해 애쓰는 정보, 바로 중대재해처벌법이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은 논의 과정부터 논란의 연속이었다. 기업이 갖는 의무의 범위가 모호한 데다 경영 책임자에 대한 과잉 처벌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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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행령을 입법 예고한 만큼 명확하고도 납득할 만한 제정안이 마련됐어야 하지만, 경영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한 문제점은 해소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질병의 심각한 정도를 규정하는 중증도가 빠졌다. 자칫 경미한 부상까지 중대 재해에 해당돼 기업인에 대한 과잉 처벌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경영 책임자가 이행해야 할 의무도 모호하다. 시행령 제정안은 기업이 안전보건 관련 인력과 시설·장비 등에 ‘적정한 예산’을 편성하도록 규정했지만 과연 ‘적정한 예산’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산업 안전 측면에서 체계적인 것으로 알려진 대기업들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법이 적용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워 법률 전문가에게 끊임없이 자문을 구하고 설명회에 참석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비하는 중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신사업을 육성하고 투자 계획을 제시해야 하는 기업들이 특정 법에 매달려 시간과 비용을 쏟는 일은 그야말로 기회 손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일은 기업으로서 마땅히 져야 할 의무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을 대비하는 기업들의 모습은 사고 예방이 아니라 ‘걸리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처벌을 피할 방법을 찾는 데 목적이 있는 듯하다. 지금처럼 모호한 내용과 규정은 이러한 비효율만 증폭시킬 뿐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산업 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중대재해처벌법 본연의 취지를 돌이켜볼 때다.


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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