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대권 주자들의 행보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들이 내놓은 주택 공급 확대 공약에 건설주가 들썩이고 있다. 건설사들은 규제 완화 기대감 속에 연이어 수주를 따내면서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주가가 오르는 추세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국내 건설 수주액이 200조 원에 달하는 등 건설업 호황이 2~3년간 이어질 것이라는 ‘슈퍼사이클’을 기대하며 건설사 목표 주가 상향에 나섰다.
19일 DL이앤씨(375500)는 전일 대비 0.34%(500원) 오른 14만 9,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한 달 새 12.5% 상승했다. 이날 GS건설(006360)(-1.03%), HDC현대산업개발(294870)(-0.62%), 현대건설(000720)(-1.37%)은 전일 대비 가격 조정세를 보였으나 한 달 새 각각 5%, 8%, 5%씩 주가가 올랐다. KRX건설지수는 한 달 새 0.98%가 상승했고 코스피200건설은 2.3%가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가 1.07% 내린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그동안 시장에서 외면받던 건설주가 꿈틀대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 덕분이다. 최근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략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 중 재건축 실거주 2년 법안이 백지화됨에 따라 규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 부동산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에서 지난해 ‘6·17 대책’으로 나온 재건축 2년 실거주 요건 법안이 백지화됐다.
동력이 약해진 규제에 아파트 가격 상승과 대규모 분양 물량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건설사들에는 호재다. 최근 전국 아파트 ㎡당 매매가격은 595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 올랐다. 연초에 비해서는 8.4% 상승했다. 지난 상반기 전국 분양 물량은 16만 5,000세대로 전년 동기(13만 2,000세대) 대비 24.7%가 증가했다. 또 공동주택 1만 7,000가구가 들어설 3기 신도시 인천계양 태크노밸리의 사전청약이 시작되는 등 분양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올해 국내 수주 금액은 200조 원으로 역대 최대액이 예측됐다.
증권업계는 건설사들이 회복 국면을 넘어 수주 물량 확보 덕분에 장기간 호황을 누릴 수 있는 슈퍼사이클 기대감을 내놓고 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택 가격이 상승하며 그동안 소외됐던 지역들의 분양이 급증하고 있다”며 “선거철이 다가오며 규제 흐름이 약해지는 가운데 주택 가격 상승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의 지방 분양이 크게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NH증권과 이베스트증권·대신증권은 DL이앤씨의 목표 주가를 각각 23만 원, 21만 원, 2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들은 DL이앤씨의 주택 매출이 하반기 턴어라운드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이은 수주 소식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신증권은 현대건설의 목표 주가를 기존의 6만 원에서 7만 5,000원으로 올렸다. 현대건설이 지난 상반기 11조 원의 국내 수주를 달성함에 따라 연간 목표치의 80%를 충족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대신증권은 GS건설에 대해 2분기 충당금 설정 우려에도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된다고 분석했고 대우건설은 매각 이슈 소멸로 2분기 실적이 대체로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4단계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이달 예정된 분양 물량이 일부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주가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예정된 분양 물량 6만 세대 중 일부는 지연될 가능성 높다”면서도 “4분기 계획된 분양 물량은 8만 8,000세대로 과거보다 4만 세대 이상 적게 잡혀 있어 코로나19로 지연되는 분양 물량은 4분기에 소화될 것이라 연간 분양 계획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