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국지성 소나기를 동반한 짧은 장마가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며 20일부터 전국에서 높은 습도를 동반한 ‘찜통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고온의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중첩되면서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돔(heat dome) 현상’까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65세 이상 어르신, 만성질환자를 비롯해 폭염에 취약한 이들은 이번 주 낮 시간 야외 활동을 삼가는 등 주의해야 한다.
19일 전국 각지에서 체감온도가 33도를 넘는 무더위가 이어졌다. 기상청은 오전 10시 기준으로 제주 일부와 강원 일부 등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를 내렸다. 폭염 경보는 최고 체감온도 35도, 폭염 주의보는 최고 체감온도 33도를 넘는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더위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20일 오전까지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소나기가 내리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21일부터는 우리나라가 북태평양고기압의 본 세력에 들어가며 낮 최고기온이 30~36도에 이르는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19일보다 더한 더위가 21일부터 펼쳐진다는 의미다. 20일 낮 최고기온은 29~35도로 예보됐다.
특히 목요일인 22일을 전후해 고온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더해져 ‘열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열돔 현상은 더운 고기압이 지상 5~7㎞ 높이에 자리 잡고 지표면 부근의 열기를 가두는 현상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티베트고기압은 지상 7㎞ 높이의 상층으로 들어오는 기류”라며 “이미 상공 5㎞의 대기 중층에 뜨겁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있는 상태인데 그 위로 티베트고기압이 더해지면 지붕 형태의 ‘역전층’이 생겨 공기를 가두게 된다”고 설명했다. 뜨거운 공기가 지붕 밖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하강하며 기온이 상승하는 원리다. 열돔 현상은 전국 폭염 발생일이 31.4일로 역대 최다였던 지난 2018년 폭염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 달 이상 계속되는 북미와 캐나다의 기록적 폭염도 열돔 현상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올해도 2018년에 버금가는 더위가 찾아올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티베트고기압과 태풍이라는 두 가지 변수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티베트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열돔 현상은 두 고기압이 지속적으로 중첩돼야 발생하는 만큼 티베트고기압이 실제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움직일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태풍이 한반도 인근에 들어오면 기압계에 많은 변동을 준다”며 “현재 6호 태풍 인파가 대만 북쪽에서 중국 남부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영향도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열돔 현상 발생 여부를 떠나 ‘찜통더위’가 찾아오는 것은 확실한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고기압은 고온다습한 성질의 공기”라며 “습도가 높아지면 체감온도와 불쾌지수가 더욱 올라가는 만큼 온열질환에 취약한 이들은 수분을 많이 섭취하고 낮 시간대 외출을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높은 습도로 체감온도가 1~3도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낮 기온이 36도일 때 체감온도는 40도에 육박할 수 있다.
한편 이날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약 두 달 동안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통해 온열질환자 436명이 신고됐다고 밝혔다. 이 중 열사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6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