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통계는 한목소리로 서울의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향후 몇 년간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하는 물량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입주도 줄어드는 것이다. 문제는 지역별로 물량 편차가 크다는 것. 주거지로 인기가 높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금관구(금천·구로·관악구)’ 지역도 향후 2년간 입주물량이 단 한 가구도 없다. 특히 이곳에서는 신림뉴타운 개발 등 대규모 이주도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에다 임대차법, 그리고 사전청약을 노린 전세 눌러 앉기 수요 등으로 인해 임대차난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 불안은 매매가 상승으로 연결되면서 서울 집값의 불안 요인이 되는 셈이다. 서울 집값 상승이 수도권까지 확산되고 전국으로 번지는 ‘연쇄 파동’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관구’ 등 서민 주거 단지도 2년간 입주 ‘0가구’=20일 서울경제가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 ‘아실’을 통해 올해 7월부터 오는 2023년 7월까지 2년간 서울 25개 자치구별 아파트 입주 물량을 분석한 결과 시장의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25개 구 중 관악·구로·금천·도봉·마포·성동구 등 6개 구는 입주 물량이 2년간 단 한 가구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25개구 중 84%에 해당하는 21개 구는 2년간 공급 물량이 3,000가구 미만에 그친다.
권역별로 보면 ‘금관구’ 등 서남권 지역에서는 2년간 입주 물량이 전무하다. 이들 지역은 서울에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가장 저렴한 곳이다. 이곳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경기·인천 등으로 밀려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6,300가구 규모로 서남권 최대 규모의 정비사업인 관악구 신림뉴타운 이주도 예정돼 있어 매물 부족에 따른 혼선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북권 ‘마용성’도 2년간 입주 물량이 78가구에 불과하다.
강남권은 상대적으로 입주 물량이 많지만 수요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강남구는 개포주공4단지(개포프레지던스자이) 3,155가구, 개포주공8단지(디에이치자이개포) 1,690가구 등 총 7,178가구 수준의 입주 물량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서초구(1,148가구)의 입주 물량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반포동 재건축 단지들의 대규모 이주수요를 분산해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량 부족에 따른 전세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전반적으로 신규 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황인데 입주량이 부족한 특정 지역에서 이주 등 이슈가 불거지면 이런 문제가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대차 3법, 청약 대기 수요까지 겹쳐=심각한 물량 부족에 시행 1년을 앞둔 임대차 3법 등 정책적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서울의 전세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 가격은 지난 한 달 동안 0.1% 이상 오르는 등 과열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연초 2·4 공급 대책으로 다소 진정됐던 전세 가격 상승률은 지난달 초 0.08%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주에는 0.13%까지 변동 폭을 키웠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2017년 이후 2020년(4억 9,148만원)까지 4억 원대를 유지했지만 올해 6월에는 6억 2,678만 원으로 1년 만에 단숨에 27.5%나 뛰었다. 전세 가격 상승의 여파로 매매가격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올해 평균 매매가는 11억 4,283만 원까지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임대차 3법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던 전세 매물들이 내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계약이 종료된다. 신규 전세 계약은 시세대로 받을 수 있다. 전세 물량은 늘어날 수 있지만 전월세상한제 등으로 억눌려져 있던 보증금이 치솟으면서 시장 불안은 더욱 커질 것이 뻔하다. 3기 신도시 등 사전청약 수요도 문제다. 본입주 때까지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사전청약 수요가 당첨 전까지 임대차 수요로 고스란히 남아 있게 되고 결국 전세 공급 부족 상황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