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외무 차관이 21일 일본 도쿄에서 만나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 등을 논의했다. 미일 양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한국은 침묵을 지켰다.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 등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도 담긴 사항으로, 외교부가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해 이를 발표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과 웬디 셔먼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제8차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에 참석해 남중국해와 그 주변에서의 항행의 자유 등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제를 논의했다. 이번 3국 차관회의는 지난 2017년 10월 이후 4년 만이다.
미 국무부와 일본 외무성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 등을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 외교부는 중국과 관련한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역내 평화와 안정·번영이 3국 공동의 이익이라는 공감대 아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북 정책뿐 아니라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대응, 경제 회복 등에서도 뜻을 모았다”는 내용만 공개했다.
앞서 한미 정상은 지난 5월에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협력하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 “각국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의제를 꼽아 자국 보도자료에 담는 것이 원칙”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한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앞서 한미정상회담 직후에도 대만 해협 등을 거론한 것과 관련 불쾌감을 표시한 바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이와 관련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동의한 내용을 굳이 숨길 이유는 없다”며 “정부가 이런 식으로 대처하면 미국과 확고한 협력관계에 금이 갈 수 있고 외교적 신뢰성도 훼손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미일 외교 차관은 이날 협의회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공조 의지도 재확인했다. 이들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현 상황의 진전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나가기로 했다. 또 한일 차관은 한일정상회담의 무산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