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는 기술주에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나스닥이 0.3% 올랐습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도 상승세를 보였는데요.
어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에서 백악관이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분위기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월가에서 연임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정반대의 전망이 제기됐습니다.
연준 의장이 누가되느냐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지금으로서는 차기 연준 의장에 파월 의장 아니면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 둘 중의 한명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는데요. JP모건에서 연임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 만큼 차기 연준 의장 전망과 이것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겠습니다.
JP모건, “민주당 내 좌파성향 의원들 반대”…내 사람 심기가 관건
새로 나온 연임 불가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JP모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페롤리는 이날 “파월 의장이 연임을 확보하는데 힘겨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연준의 상당한 규제 및 감독권한을 감안할 때 바이든 행정부 내 좌파 성향 인사들은 파월이 의장직을 유지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연임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까지 했는데요.
JP모건에서 이런 말을 꺼냈을 때는 100% 맞지는 않더라도 생각과 달리 뭔가 부정적인 기류가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고 봐도 됩니다.
페롤리도 파월 의장이 안 되면 브레이너드 이사가 차기 의장이 될 것으로 봤습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연준이 월가 금융사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비판이 많은데요.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셰로드 브라운 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계속해서 은행규제에 대한 접근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차기 연준 의장을 지명하는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몫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연준 의장을 교체해야 하는 이유를 굳이 찾는다면 완전한 자기사람을 심는다는데 있을 겁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연임 시키는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지금의 재무장관인 재닛 옐런 당시 의장을 내보냈습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입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 연준에서 확실한 민주당 사람이라고 볼 사람은 브레이너드 이사뿐”이라고 했는데요. 브레이너드 이사를 올리고(이 경우 파월 의장은 이사 임기가 2028년이지만 스스로 그만둘 가능성이 높음) 남은 자리에 연쇄적으로 민주당 측 인사를 심을 수 있습니다.
더 비둘기파적 신호에 시장 우려 커질 수도…인플레로 인한 경질 성격 때도 요동
중요한 것은 교체 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현재 큰 틀에서 파월 의장과 브레이너드 이사가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비슷합니다. 둘 다 상당한 수준의 진척은 멀었고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파월 의장보다는 브레이너드 이사가 더 비둘기파적입니다.
파월 의장은 큰 틀에서 비둘기파적이지만 약간 오락가락하는 성향이 있죠. 델타변이 우려를 고려하면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좀더 완화적 정책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파월 의장이 그대로 있든 브레이너드 이사가 새로 지명되든 지금의 통화정책의 큰 기조는 유지될 겁니다. 1차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죠.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교체 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연준이 더 비둘기파적이 될 것이라는 신호는 시장에 큰 불안감을 안길 수 있기 때문인데요. 지금도 델타변이보다 인플레이션이 더 문제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더 비둘기파적인 연준이 물가상승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 시작하면 시장이 요동칠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개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점도표 상 금리인상 시점이 빨라지면서 인플레에 대한 걱정이 가라앉았었는데 브레이너드 이사가 의장이 되면 이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새 지도부 아래서 연준이 인플레에 대응하기 위해 더 세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시장의 신뢰를 잃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데요. 페롤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리더십의 교체로 연준이 인플레와 싸운다는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역설적으로 보다 강경한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만약 파월 의장이 교체가 물가상승이 일시적이지 않은 데 따른 경질의 성격이면 상황은 크게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후임이 누가되든 인플레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인데요.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또다른 관계자는 “파월 의장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아직 전체적인 분위기는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며 “내년 2월까지 아직 시간이 많은데 인플레가 관건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파월 연임 전망이 여전히 대세…연준 실질 장악이 더 중요
미 경제 방송 CNBC는 이날 “JP모건은 파월 의장이 연임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많은 신호는 파월의 연임이 문제 없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 아래 미국이 정상궤도에서 이탈했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들은 연준 의장이 경우 특별한 게 없으면 연임을 보장해왔죠. 인플레 파이터였던 (故) 폴 볼커 의장이 8면, 앨런 그린스펀은 무려 18년, 벤 버냉키 전 의장도 약 8년을 했습니다. 옐런 전 의장만 4년 만에 물러났죠.
인플레 오판처럼 큰 실책이 아니라면 굳이 그동안의 관례를 깰 이유가 없기도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도 수차례 “인플레는 일시적”이라고 해왔기 때문에 이제와서 파월 의장을 바꾸는 것은 앞뒤가 안 맞습니다. 자기 부정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금융규제만 놓고 보면 연준 의장을 바꾸는 게 맞겠지만 연준 의장은 통화정책 전반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봐야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연준에 내 사람 심기는 다른 이사 자리를 민주당 측 인사로 심는 방식으로 풀 수도 있습니다. 파월 의장 주변을 둘러싸는 식이죠. 연준 의장자리가 말할 것 없이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연준은 합의체 성격이 강합니다. 당장 클라리다 부의장의 임기가 내년 1월에 끝납니다. 또 이미 한 자리가 공석입니다.
최근 로이터통신이 월가 이코노미스트 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90%인 36명이 파월 의장이 연임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공화당도 파월 의장을 지지하고 있죠. 옐런 장관이 “파월 의장이 일을 잘해왔다(good job)”이라고 했을 만큼 큰 문제도 없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도 파월 의장 연임 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아도 됩니다. 아직 코로나19 극복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괜히 손을 댔다가 시장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는데요. 파월 의장의 연임 땐 지금과 큰 차이는 없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별다른 게 없을 겁니다.
정리하면,
① 아직은 파월 의장 연임이 대세, 인플레 지속 여부가 막판 변수
② 브레이너드 임명 시 인플레 대응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 변동성 커질 가능성
③ 파월 연임 땐 큰 시장 영향 없을 것
이와 별도로 이날 스콧 고틀립 전 식품의약국 국장이 "아이들이 (9월부터) 등교하면 또 한번의 작은 고비가 있겠지만 델타변이는 앞으로 3~4주, 8월 말이나 9월 초께 정점(peak)을 찍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당분간 델타변이로 인한 환자가 급증하겠지만 지속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는 뜻인데, 일단 8월 말 전후의 상황을 눈여겨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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