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이 ‘연내 상장’이라는 목표를 철회했습니다. 지난 2월 PSA 컨소시엄 등으로부터 3,0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티몬은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연이은 경영진 교체와 실적 악화에 결국 한 템포 쉬어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다만 티몬 측은 상장이라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으며 적당한 시기에 재추진하겠다고 설명했죠.
역성장·경영진 교체에 “올해는 어렵다” 판단
티몬이 올해 상장하기 어려울 거란 얘기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지난 3월 소셜커머스 동기인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며 국내 e커머스 플랫폼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고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긴 했지만, 티몬의 지난해 실적을 볼 때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13조9,235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티몬은 지난해 매출 1,512억 원으로 전년(1,757억 원)보다 245억 원가량 줄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e커머스 기업들이 규모를 키울 동안 티몬은 오히려 역성장한 거죠. 또 누적된 영업적자로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이 1조188억 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최근 경영진까지 연이어 교체되며 뚝심 있게 상장을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2019년부터 티몬을 2년여간 이끌었던 이진원 대표가 지난 5월 대표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이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 출신인 전인천 대표가 신임 대표 자리에 올랐습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을 주도하는 등 ‘재무전문가’로 알려진 전 대표가 대표로 선임되면서 업계에서는 티몬의 연내 상장을 위한 절차가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왔죠. 하지만 전 대표는 대표직에 오른 지 한 달여 만인 지난달 15일 등기이사직을 사임했습니다. 대표직은 계속 유지한다지만 회사의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이사회 멤버에서는 제외되면서 전 대표의 사내 영향력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지난달 16일에는 피키캐스트의 창립자인 장윤석 대표가 새롭게 공동대포로 취임하면서 티몬은 불과 수개월 사이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평균 나이 29.5세 ‘이삼팀’…새로운 혁신 목표
올해 상장은 아쉽게 물 건너갔지만, 티몬은 조직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경쟁력을 갖춰 상장을 재추진한다는 목표입니다. 특히 장윤석 대표가 온 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티몬은 기존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이달 중순 대표 직속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특별한 사내 벤처입니다. 그 이름은 ‘이삼팀’으로, 티몬이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다시 한 번 혁신적인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핵심 무기인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을 맡는 조직이라고 합니다. 기업의 혁신이 필요할 때 통상적이라면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기존에 하던 업무와 병행하도록 하지만 티몬은 아예 전담팀을 구성했습니다. 그만큼 변화가 절실하다는 거겠죠.
장 대표는 이삼팀 모집 공고에서 “거대한 티몬호의 방향이 전환되기 위해서는 관성을 이기는 아주 큰 에너지가 필요하며 그 에너지는 단기간에 집중해서 공급되어야 반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이러한 에너지를 전사에 공급하기 위한 강력한 모멘텀을 만들어내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재밌는 점은 이삼팀 멤버들의 평균 나이가 29.5세이고, 출생연도 중윗값은 1991년이라는 겁니다. MZ(밀레니얼+Z)세대가 티몬 혁신의 중심에 선거죠. 이삼팀 멤버 모집 당시 티몬 전체 직원 800여 명 가운데 12명 중 1명에 가까운 60여 명이 지원했고, 장 대표가 직접 한 명, 한 명 인터뷰해 선발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선발된 이삼팀 멤버는 총 30명으로, 마케팅·디자인·개발·상품기획(MD)·홍보 등 다양한 직군으로 구성됐습니다. 이삼팀은 현재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티몬 건물 한 층을 전용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어이름·자율출퇴근제…사내에도 새 바람
티몬은 기업 문화도 파격적으로 바꿨습니다. 지난달부터 직급 체계에 따른 호칭을 없애고, 영어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수평적 소통의 기틀을 마련한 거죠. 장윤석 대표의 영어 이름은 ‘조이(Joey)’로, 장 대표가 ‘조이 대표님’이나 ‘조이님’이 아닌 그냥 ‘조이’라고 불러달라고 주문했다고 합니다. 조이와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날아라 티몬’이라는 커뮤니티로 신설됐고, 조직 문화의 혁신을 위해 직원 생산성 플랫폼인 ‘스윗(Swit)’도 전사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직원들이 육아나 원거리 거주 등 각자의 상황에 따라 근무 스케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자율출퇴근제’도 마련했습니다. 기존에는 오전 9시 30분 출근, 오후 6시 30분 퇴근으로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었는데 이제는 오전 8시 30분~오후 5시 30분이나 오전 10시 30분~오후 7시 30분으로 근무 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됐죠. 또 업무 중 몸이 불편하거나 출산이나 육아로 고생하는 여직원들을 위한 별도의 휴게실 ‘쉼온’도 오픈했다고 합니다.
이밖에 티몬은 기존에 40여 개에 달하던 타임 특가 매장을 10개 안팎으로 통합해 정리했습니다. 적립금 제도도 바꿨습니다. 기존에는 제품 구매 시 적립금을 50%만 사용할 수 있게 했는데 이를 100%로 변경한 거죠. 적립금을 한 번에 소진하지 않게 해 재방문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오히려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진 탓이었죠. 또 판매자들과의 상생 기조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14일 친환경 나눔 스토어 ‘기빙플러스’와 손잡고 ‘재고 상품 기부 캠페인’도 시작했습니다.
이 같은 변화들에 대해 직원들은 “조이가 오고 나서 많은 직원이 기대한다”, “대표와 편하게 메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든든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앞서 장 대표는 지난달 열린 사내 타운홀 미팅에서 급변하는 e커머스 환경을 언급하며 “아예 티몬이라는 스타트업에 새로 입사했다고 생각하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마치 스타트업으로 돌아간 듯한 파격적인 변화를 이어가는 티몬. 과연 티몬은 바라는 대로 새로운 경쟁력을 찾아 상장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까요?
※‘백주원의 리셀(Resell)’은 시시각각 급변하는 유통 업계의 이야기를 알기 쉽게 쏙쏙 재정리해 보여드리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