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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원칙·지원·계보' 삼박자…이변 올림픽서도 33년 왕좌 지켰다

여자 양궁 단체전 올림픽 9연패

한 종목 최다 연속 우승 타이 기록

양궁 5개 전종목 싹쓸이 향해 순항

매년 '제로베이스'서 대표팀 선발

도쿄경기장 재현해 실전같은 훈련

선배들 업적, 부담보단 동기 부여

여자 양궁 대표팀 강채영(왼쪽부터), 안산, 장민희가 25일 도쿄 올림픽 단체전 경기에 앞서 활짝 웃으며 얘기하고 있다. /도쿄=권욱 기자


2020 도쿄 올림픽은 이변의 연속이다. 세계 최강 미국이 49년 만에 올림픽 첫날 노 메달에 그칠 정도다.

자연스럽게 여자 양궁 단체전으로 관심이 옮아갔다. ‘8연패의 한국이라도 이번은 어렵지 않을까.’ 올림픽은 예기치 않게 1년 연기됐으며 한국 지도자를 앞세운 경쟁국들의 견제는 갈수록 심해졌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의 올림픽도 한국 여자 양궁의 초장기 집권을 깨지는 못했다.

강채영(25·현대모비스), 장민희(22·인천대), 안산(20·광주여대)이 나선 한국은 이날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6 대 0(55 대 54 56 대 53 54 대 51)으로 일축했다. 러시아는 국가 주도의 도핑 스캔들로 징계 중이어서 나라 이름을 쓸 수 없다.



한국은 단체전이 처음 정식 종목으로 치러진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올림픽 9연패 신화를 이뤘다. 한 나라의 특정 종목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이다. 케냐의 육상 장거리 장애물 경기와 미국 남자 수영 400m 혼계영이 같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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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혼성전에서 김제덕(17·경북일고)과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을 합작한 안산은 2관왕에 올랐다. 안산은 이날 2세트에 10점 두 방을 쐈다. 장민희는 1세트 마지막에 결정적으로 10점을 쐈다. 3명 다 올림픽이 처음인데 결승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철옹성 여자 단체전을 비롯한 한국 양궁의 힘은 ‘삼박자’에서 찾을 수 있다. 파벌 없는 순수 경쟁과 디테일한 외부 지원, 그 자체로 동기부여 요소인 위대한 계보가 그것이다.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학연·지연·혈연이 양궁에는 없다. 오로지 원칙만 있을 뿐이다. 양궁협회는 매년 대표팀 선발 때 ‘제로(0) 베이스’를 고수한다.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2020 대표 선발전을 멈춰야 했는데 협회는 2021 선발전을 완전히 새롭게 진행했다. 이를 통해 기회를 얻은 선수가 김제덕이다. 장민희는 “선발전에서 종이 한 장 차이의 상대를 제치고 나가는 거라 올림픽에서 잘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협회는 대회 때마다 아주 사소한 내용까지 담아 보고서를 남긴다. 선수는 바뀌어도 이기는 노하우는 계속 진화하면서 전수된다.

양궁협회 회장사는 37년째 현대차그룹이다. 정의선 회장이 대를 이어 양궁을 챙기고 있다. 이번 지원 키워드는 ‘리얼 도쿄’였다. 1억 5,000만 원이 넘는 돈을 들여 도쿄 경기장을 ‘복사’해 진천 선수촌으로 옮겨 놓았다. 대형 LED 전광판 두 세트와 200석 이상의 관중석은 물론 현장 아나운서의 코멘트와 카메라 셔터음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선수들은 실전에서도 훈련하듯 활시위를 당겼다.

1988년 김수녕·왕희경·윤영숙(여자 단체전 금)으로 시작된 위대한 계보는 부담이기보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됐다. 선수들은 ‘금메달을 못 따면 망신’이라는 중압감을 갖기보다 ‘대선배들이 있어 우리가 주목받는다’는 감사의 힘으로 9연패를 합작했다.

한국 양궁의 올림픽 금메달은 25개가 됐다. 동계 올림픽의 쇼트트랙(24개)을 제쳤다. 이 기세라면 28개로 늘어날 수도 있다. 26일에 2연패에 도전하는 남자 단체전이 열리고 여자 개인전은 30일, 남자 개인전은 31일에 예정돼 있다. 5개 전 종목 싹쓸이가 보인다.


도쿄=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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