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고] APEC 위상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APEC, 세계 최대 지역협력체 성장

韓 무역의 거대 시장으로 자리매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재도약 위해

수출 경쟁력 제고 무대로 활용해야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원국 간 무역 자유화와 경제협력을 목표로 지난 1989년 출범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올해로 32주년을 맞이했다. 그간 APEC은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이르기까지 경제·정치·보건 관련 주요 현안들이 발생할 때마다 회원국 간 긴밀한 협력을 가능하게 했던 ‘정상외교의 장(場)’으로서 그 역할을 다해왔다.

이에 따라 APEC의 위상도 더욱 높아졌다. 출범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일본·캐나다 등 12개 회원국에 불과했던 APEC은 중국·러시아·베트남 등이 합류하면서 어느덧 21개 국가가 가입한 세계 최대의 지역협력체로 성장했다. 최근 APEC이 발표한 ‘한눈에 보는 APEC(APEC at a glance)’에 따르면 현재 APEC 회원국의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약 38%(29억 명)에 이르고, 2019년 기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61%(53조 달러)와 전 세계 교역량의 47%(24조 달러)를 차지할 정도로 APEC은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APEC이 우리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계속 확대돼왔다. APEC이 출범한 이듬해인 1990년 우리나라의 대APEC 수출액은 399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APEC 회원국이 늘고 경제적 교류도 활발해지면서 2020년 우리나라의 대APEC 수출액은 3,964억 달러를 기록, APEC 가입 30년 만에 수출 규모가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10대 교역국 중 8개국을 APEC 회원국이 차지할 정도로 APEC은 우리나라 무역의 거대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해외투자액 566억 달러 중 62%(350억 달러)가 APEC 회원국에 집중되고 있는 점까지 고려하면 APEC은 우리 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과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중요한 교두보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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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우리 경제에서 APEC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우리나라를 비롯한 APEC 회원국들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제 위기의 조속한 회복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같은 공통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는 북한 문제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대만과의 반도체 경쟁, 일본의 수출규제 같은 복잡한 문제들까지도 풀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사안들은 모두 APEC 회원국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민감한 이슈들이기 때문에 우리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는 우리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APEC 회원국들과 장기간 긴밀한 협력과 정책 공조를 강화해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글로벌 환경 속에서 국가 경쟁력 향상과 국익 증진을 도모할 수 있는 무대로 APEC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첨단 제조업을 주력으로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국가 간 투자·무역 자유화를 통한 경제성장과 번영에 뜻을 모은 APEC 회원국들과의 경제협력은 앞으로도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APEC 국가들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 확대와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 첨단 기술 협력 강화 등을 통한 우리 기업의 대외 경쟁력 향상과 국가 경제의 성장 잠재력 제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2025년에 열릴 제32차 APEC 정상회의는 2005년 부산에서 개최된 후 20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벌써부터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 경쟁이 뜨겁다고 하는데 정부와 지자체·민간이 원활하게 협력해 차질 없이 행사가 준비되기를 기대한다. 앞으로도 APEC이 뉴노멀 시대의 아태 지역 경제 발전과 우리나라의 경제 재도약에 기여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과 민간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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