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로 불리는 1990년대생 10명 중 6명(60.6%)은 자신들의 자녀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집값 폭등, 취업난 같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 기성세대의 불공정과 무능에 대한 실망감이 더해진 결과다. 이에 따라1990년대생 여성 90.7%는 ‘결혼=출산’이라는 공식을 사실상 거부했다. 그동안 상식으로 여겨졌던 ‘취직→결혼→출산’이라는 삶의 경로가 한국 청년들의 미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창간 61주년을 맞아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한국 사회의 불임(不姙)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3명(29.6%)은 아예 결혼할 생각이 없었고 앞으로 출산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중도 40.4%나 됐다. 특히 직접 출산의 부담을 져야 하는 여성의 비(非)출산 의향은 51.7%에 달했다. 만약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해 0.84명까지 떨어져 전 세계 최저수준을 보였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은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년들의 탈(脫)이념화도 빨라지고 있다. 1990년대생 2명 중 1명(47.4%)은 자신의 정치적 이념 성향을 ‘중도’라고 평가했다. 또 가장 중요한 정치의 덕목으로 도덕성(11.4%)이나 개혁성(3.6%) 대신 국정 운영 능력(35.2%)과 공정성(20.8%)을 꼽았다. 진보나 보수 등 정치 이념에 휘둘리지 않고 더 능력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는 의미다. 실제 전체 응답자의 10%는 진보 진영의 국정 운영 능력에 실망해 최근 5년 내 정치 성향이 보수로 변화했다고 응답했다.
창간 61주년을 맞은 서울경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리셋 더 넥스트(rethe next)’를 우리 사회의 미래 과제로 제시한다. 이번 조사에서 발견되는 1990년대생의 3대 키워드인 탈정치, 실용주의, 소(小)인구화를 포용해가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리셋’ 버튼을 누를 기성세대들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도 다음 세대(next generation)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존 세대의 성장 문법을 원점에서 다시 짜는 리셋이 없으면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온 1990년대생들의 요구를 두고 젊은 층이 퇴행한다고 평가해서는 곤란하다”며 “이들은 단순히 ‘시장 논리에 맡기자’는 것 이상의 새로운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해 지난 19~20일 전국 1990년대생(22~31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웹서베이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신뢰 수준 95%에 표본 오차는 ±4.4%포인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