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의 TV 광고가 달라졌다. 가족 간의 화목함이나 안정적인 삶을 표현해 차별화가 거의 없던 모습이 최근에는 대중에 인기가 많은 ‘빅모델’이나 가상 모델까지 기용하며 다양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보험 선택에 있어서 소비자의 주도권이 강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권 최초로 가상 모델 ‘로지’를 출연시킨 신한라이프 광고는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며 최근 유튜브 1,000만 뷰를 돌파했다. 로지는 MZ세대가 선호하는 얼굴형을 모아 탄생한 22세의 젊고 발랄한 가상 인물이다. 지난해부터 활동을 시작해 인스타그램 팔로어 2만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신한라이프의 한 관계자는 “일반 광고 모델을 기용한다면 기존 업계 광고와는 차별성이 없고 독특함도 흐려진다고 봤다”며 “통상 생명보험사가 말하는 신뢰나 사람이라는 키워드보다는 ‘라이프에 놀라움을 더하다’라는 신한라이프의 슬로건을 바탕으로 그에 걸맞은 가상 모델에 춤·음악을 더해 광고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신한라이프는 로지를 내년 상반기 브랜드 캠페인과 기업 홍보 아이콘으로 계속 활용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KB손해보험의 온라인 채널인 KB손해보험 다이렉트는 걸그룹 브레이브걸스를 모델로 한 광고 ‘Hallin’(할인)’ 캠페인을 선보였다. ‘대중교통이용할인특약’ 등 KB손해보험만의 보험료 할인 혜택을 브레이브걸스의 대표곡인 ‘Rollin’(롤린)’의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활용해 표현했다.
보험사 광고의 변화를 가장 먼저 이끈 곳은 캐롯손해보험이다. 국내 제1호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보는 지난해 10월부터 배우 신민아를 기용해 퍼마일 TV 광고를 대대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캐롯손보의 한 관계자는 “이전 보험사 광고에서 볼 수 없던 레트로·비비드(밝은)한 분위기를 선보인 것은 물론 레트로 콘셉트로 광고에 대한 호응과 집중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탄 만큼만 매월 후불로 내는 자동차보험’이라는 캐롯 퍼마일자동차보험의 특징을 광고에 잘 살려 노래로 흥얼거리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보험사 광고는 안정적이고 가족적인 이미지가 중심인 경우가 많았고 보험사별로 차별화가 거의 없었다. 1990년대에는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이미지를 주로 선보였고 2000년대 초반에는 다이렉트 보험이 처음으로 출시돼 저렴한 보험료와 든든한 보상 서비스를 강조하는 광고가 이어졌다.
최근 보험 광고는 달라진 보험 영업 트렌드에 발맞춰 함께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보험은 소비자들이 직접 선택한다기보다는 보험설계사의 추천을 받아 계약하는 형태가 주였다. 최근 들어서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채널에 익숙해지면서 정보를 스스로 적극적으로 찾아 보험 선택에서 소비자의 주도권이 강화됐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MZ세대의 역할도 중요해진 만큼 이들을 공략하는 측면도 있다”며 “카카오 등 빅테크들이 보험 시장에 뛰어들면서 보험사들도 상품 및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