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도쿄 NOW] 메달 색 아닌 땀방울에 박수…선수들 '대국민 사과' 사라졌다

무관중 덕에 환호·절규 잘 들려

'노력에 공감' 관전 의식 자리잡아

도쿄 올림픽 8강 탈락 뒤 피스트를 떠나는 펜싱 박상영의 뒷모습. /연합뉴스도쿄 올림픽 8강 탈락 뒤 피스트를 떠나는 펜싱 박상영의 뒷모습. /연합뉴스





사상 첫 무관중 올림픽은 시청자 입장에서 좋은 측면도 있다. 보통의 올림픽이었다면 현장의 관중 함성에 묻혔을 선수들의 기합과 환호, 안타까운 절규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악착같이 파고들어 한 포인트를 짜낸 펜싱 선수의 환희에 찬 탄성, 마지막 순간 역전을 허용해 메달을 놓친 태권도 선수의 절절한 탄식이 바로 옆에서 듣는 것처럼 그대로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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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은 올림픽을 대하는 국민 반응을 주로 메달 유무가 좌우했다면 이번 올림픽은 조금 다른 듯하다. 올림픽을 준비하며 흘린 땀의 무게와 눈물의 농도를 ‘소리’로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동메달도 축하하는 관전 의식’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도쿄 올림픽은 선수들에게 그 무엇보다 괴로운 이름이었다. 하루하루 카운트다운을 해가며 결전의 날만 기다렸는데 갑자기 그 시간이 1년 뒤로 미뤄졌다. 훈련 계획을 완전히 새롭게 짜고 다시 시작해야 했다. 어렵게 마음을 다잡았더니 정치권에서는 책임지지도 못할 ‘올림픽 보이콧’ 주장이 나와 한 번 더 가슴을 무너뜨렸다.

그렇게 곡절을 거쳐 나선 올림픽은 한 경기, 한 순간이 특별하다. 선수들은 결과를 떠나 유례없는 과정을 이겨낸 자신을 칭찬한다. 목표했던 금메달을 놓친 뒤 죄인처럼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고개 숙이는 모습은 사라지고 있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준비했다(펜싱 박상영)” “티끌만큼의 후회도 없다(유도 김원진)”고 말하는 패자는 이미 패자가 아닌지도 모른다.


도쿄=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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