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도쿄올림픽 경기 대부분이 무관중으로 진행되지만 실제로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각국 선수단 관계자 등이 관중석을 대신 채우고 응원을 하는가 하면 마스크도 쓰지 않고 현장에 접근하기도 하는 등 방역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일본 대표로 출전한 오하시 유이가 금메달을 딴 지난 25일 여자 개인 혼영 400m 결승 때는 관중석에서 일장기를 들고 붉은 티셔츠를 입은 이들 수십명이 단체로 응원을 펼쳤다. 응원 도구를 두드리거나 휘파람을 부는 소리가 NHK 중계방송을 통해 들릴 정도였다. 코를 드러내는 등 마스크를 허술하게 착용한 이들도 있었다.
경영 경기장으로 사용되는 도쿄 아쿠아틱센터의 관람석이 유관중 대회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채워져 있는 상황은 26일에도 이어졌다. 관중석에 앉아있는 이들은 목에 출입증을 걸고 있으며 각국 선수단 관계자나 대회 관계자들로 보인다. 대회에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입장했지만, 경기 중에는 사실상 관중으로 변해 응원전을 펼치는 것이다.
남자 유도에 출전한 아베 히후미와 여자 유도에 나선 아베 우타(21) 남매가 각각 금메달을 딴 지난 25일 일본 부도칸에서도 관계자들의 현장 응원이 이어졌다. 기술을 성공시키면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먼저 금메달을 확보한 우타는 오빠인 히후미가 경기를 하는 동안 근처에서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고 응원했으나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24일 열린 유도 경기에서는 외국 선수단 관계자들이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고 입을 크게 벌린 상태로 응원하는 모습도 보였다. 무관중 원칙을 제대로 고수했다면 현장이 썰렁했을 텐데 변형된 관중이 소리를 내가며 응원을 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셈이다. 그만큼 방역은 허술해지고 있다.
관중석에서 간격 없이 나란히 앉아 있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경기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사진 기자들은 자리가 충분하지 않은 탓인지 빽빽하게 앉아 취재하는 경우도 목격됐다.
방역 규칙을 담은 '플레이북'은 거리두기를 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는 셈이다. 올림픽 분위기를 살리려고 감염 위험을 높이는 상황을 묵인한다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메달을 딴 선수가 시상대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30초 동안 마스크를 벗을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와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대회와 관계있는 이들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16명 늘었다고 26일 밝혔다.
대회 방역 규범집인 '플레이북'을 적용하기 시작한 이달 1일 이후 확진 판정을 받은 관계자는 누적 148명으로 늘었다. 대회 관련 확진자는 개막식 전날인 22일부터 닷새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