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해외보다 1,500만 원이나 비쌌던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서의 비트코인 가격이 이제는 해외와 같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해외에서는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 신호가 읽히면서 가격이 다소 회복됐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투자 심리가 싸늘하게 식어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해외보다 국내 거래소에서의 암호화폐 가격이 비싼 정도를 말하는 ‘김치 프리미엄’은 대표적인 코인 거품의 척도다.
26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4,437만 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 거래일보다 8% 급등했다. 같은 시각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3만 8,262달러에 거래 중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4,410만 원으로 업비트와의 차이는 약 0.5%(27만 원)에 불과했다.
비트코인 김치 프리미엄은 지난 5월 20일까지만 해도 20%가 넘었다. 당시 업비트에서의 가격은 4,995만 원으로 바이낸스에서의 4,125만 원(달러를 원화 환산)보다 약 870만 원이나 비쌌다. 해외에서는 4,000만 원대 초반에 거래됐지만 국내에서는 투자 열기가 과열되면서 5,000만 원에 육박한 선에서 거래가 됐다. 4월 7일에는 업비트 기준 7,942만 원에 거래되며 바이낸스(약 6,441만 원)보다 1,500만 원이나 비쌌다. 암호화폐는 각각의 독립된 거래소에서 거래가 되기 때문에 거래소마다 가격에 차이가 있다.
이는 해외만큼 국내에서의 투자 심리가 풀리지 않은 결과로 추론된다. 앞서 미 CNBC는 23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전문가 채용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은 최근 올린 공고에서 아마존의 결제 접수·경험팀이 “아마존의 디지털 화폐 및 블록체인 전략, 제품 로드맵을 개발할 경험 있는 제품 리더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1일 암호화폐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도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해외 거래소에서 오른 만큼은 상승하고 있지만 해외보다 20% 이상씩 비싸게 거래되던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은행으로부터 실명 인증 확인 계정을 받고 있는 4개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도 특정금융거래법이 본격 시행되는 오는 9월 24일 이후 거래를 계속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 계속되는 등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외보다 과도하게 시장이 과열됐다가 한 번에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에 섣불리 다시 투자에 나서려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른 암호화폐의 김치 프리미엄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6일 오후 2시 10분 현재 이더리움 김치 프리미엄은 0.6%, 도지코인은 0.8%를 기록 중이다.
김치 프리미엄이 대폭 낮아지면서 과거보다 투자 위험성이 줄어들었다는 낙관론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해외시장에서도 비트코인은 하루에도 롤러코스터를 타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는 관측도 높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