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백신 페널티 받을 수 있는데…'비밀유지협약' 깬 여당 대표

송영길 세부일정·물량 공개 물의

방역당국 이례적으로 "유감" 표명

연기된 모더나 백신 내주부터 공급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호중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호중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방역 당국이 비밀 유지 협약에 해당한다며 공개하지 않았던 코로나19 백신 도입 세부 일정을 여당 대표가 공개해 물의를 빚고 있다. 모더나의 생산 차질 문제로 국내 도입이 미뤄진 백신은 다음 주에 바로 도입될 예정이지만 예방접종 계획이 혼선을 겪는 상황에서 이 같은 허술한 정보 관리가 자칫 페널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모더나 백신의 구체적인 도입 물량을 언급한 사안에 관해 “정해지지 않은 부분이 여러 다른 경로로 공개된 것에 대해 중대본으로서 다소 유감을 표한다”며 “(송 대표의 발언도) 비밀 유지 협약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며 페널티 부여도 가능한 사안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7일 모더나의 존 로퍼 부회장, 생산 책임자 등과 긴급 영상 회의를 열고 당초 7월 도입 예정이었다가 중단된 모더나 백신을 다음 주에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다음 주에는 130만~140만 회분이 우선 공급되고 오는 8월 중에는 이보다 많은 물량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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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송 대표가 이날 오전 이 같은 세부 내용을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개했다는 점이다. 송 대표는 “(모더나로부터) 다음 주에 130만~140만 도즈를 제공받는 것으로 이야기가 됐다”며 “25일 75만 도즈, 31일 121만 도즈 등 196만 도즈를 받기로 한 게 연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8월 850만 도즈는 예정대로 들어온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방역 당국은 최근 모더나의 국내 도입 일정이 미뤄졌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추후 도입 계획에 대해서는 “제약사와 비밀 유지 협약에 해당된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백신 도입 계획에 관해 언론의 질문이 빗발쳤지만 방역 당국은 “비밀 유지 협약 때문이니 이해해달라”며 입을 굳게 닫았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대표 스스로 비밀 유지 협약을 어긴 셈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글로벌 백신 제조사들은 국가와 계약할 때 백신 가격, 세부 공급 일정, 면책 조항 등을 모두 비공개로 요청하고 있다. 요청 사항을 어길 경우 제약사가 공급 일정을 늦추거나 물량을 줄이는 등 페널티를 가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송 대표의 발언이 경솔했다는 지적이 이어질 뿐 아니라 이례적으로 방역 당국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불투명한 정보 공개와 허술한 보안 관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소한 월 단위로는 백신의 종류와 물량을 공개해야 접종 대상자들도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며 “비밀 유지의 대상이 되는 조항이 무엇인지 정도는 공개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자신이 접종받을 백신의 종류가 계속 변경되면 국민들의 불안이 그만큼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모더나 백신 도입을 재개하기로 한 만큼 50대 접종 계획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0시 기준 백신 1차 접종률은 1,790만 명에 해당하는 34.9%이며 정부는 9월 1차 접종률을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손 반장은 “백신 전체 물량을 고려하면 50대 접종 계획은 변동될 필요가 없고 18~49세 일반 국민도 9월까지 1차 접종을 끝내겠다는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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