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가 지난 1994년 넥슨 창업 후 27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김 대표는 넥슨컴퍼니 지주사 NXC 신임 대표이사(CEO)로 이재교 브랜드홍보본부장을, 글로벌 투자총괄 사장(CIO)에 다국적 투자은행(IB) 출신 알렉스 이오실레비치를 선임하고 NXC를 전문 경영인 ‘투톱’ 체제로 전환했다. 앞으로 김 대표는 창업자이자 등기이사로 글로벌 투자 기회 발굴과 고급 인재 영입에 전념할 계획이다.
29일 NXC는 이 신임 대표와 이오실레비치 CIO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NXC는 김 대표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로 넥슨을 비롯한 관계사의 지주사다. 지난해 기준 총 자산은 12조8,000억 원에 달한다. 김 대표는 “지주회사 전환 후 16년 동안 NXC 대표이사를 맡아왔고 이제 역량 있는 다음 주자에게 맡길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저는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넥슨컴퍼니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이 신임 대표는 넥슨컴퍼니의 역사와 DNA에 대한 이해가 높은 분이고, 알렉스 이오실레비치는 글로벌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성장해 나가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각자 전문 영역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사업을 다양화하고 회사를 성장시켜 사회에 보탬을 주는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CEO직에서 물러나지만 등기·사내이사 직위는 유지한다. NXC 관계자는 “권한은 나누되 책임은 다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글로벌 투자기회 발굴과 인재 영입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이 신임 대표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는 앞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글로벌 투자·C레벨급 글로벌 인재 영입에 집중할 계획으로 안다”며 “글로벌투자책임자 등 특정 지위를 맡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 신임 대표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김 대표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그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현대자동차 홍보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1998년 넥슨이 현대자동차 홈페이지를 외주 제작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를 처음 만났고, 김 대표의 비전에 감명받아 넥슨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갑’인 대기업에서 ‘을’인 벤처로 합류한 셈이다. 그는 이후 넥슨 홍보이사를 거쳐 지난 2012년부터는 NXC에서 사회공헌과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이끌어왔다. 지난 2018년에는 넥슨재단 설립을 주도해 이사로도 재임중이다. 이 신임 대표는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김 대표의 모습에 끌려 넥슨에 합류했던 만큼, 창의와 혁신이라는 김 대표의 경영철학을 이어나가겠다”며 “CEO 역할과 함께 사회공헌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NXC는 앞으로 미디어 분야에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오실레비치 CIO가 지난 10여 년간 NXC와 넥슨의 투자자문을 맡아온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 투자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UBS의 미디어산업 기업금융 부문을 총괄했으며, 도이치뱅크와 바클레이즈 캐피털에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분야 투자·기업금융자문을 해 왔다. 앞서 넥슨은 디즈니 출신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문가 닉 반 다이크를 수석부사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선임한 바 있다. 이오실레비치 CIO는 미국 뉴욕에서 투자 기회를, 반 다이크 CSO는 미국 LA에서 미디어 협력 기회를 발굴하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NXC 사업 포트폴리오를 게임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로 옮겨가겠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