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수요예측이 한창이던 지난 27일 점심 나절. 한 장의 정체 불명 찌라시가 증권가를 뜨겁게 달궜다. 내용은 이렇다. 크래프톤이 경쟁률 산정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수요예측이 부진한 상황이며 주관사를 긴급히 한 데 모아 비상회의를 연다는 내용이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었지만 청약에는 영향을 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수요예측에 참여의사를 밝혔던 기관들이 철회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특히 자금 여유가 없는 기관들이 예상보다 많은 공모주를 받을 것이란 우려에 수요예측 참여를 포기했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수요예측 결과는 어땠을까? 100% 찌라시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양적인 측면 즉, 경쟁률(243대 1)만 높고 보면 역대급 흥행은 아니다. 공모 규모가 약 4조 3,000억 원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반전은 질적인 측면은 좋았다는 점이다.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아부다비투자청, 블랙록 등 유력 해외 기관들이 대거 참여했다. 더욱이 수요예측에 참여한 해외 기관투자가 중 30% 이상이 장기 투자자(Long-only Fund)로 전해졌다. 해외 배정 중 90%에 육박하는 공모주를 해외 장기 투자자와 연기금이 가져갈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대형 기관들의 투자 열기도 뜨거웠다. 크래프톤과 1 대 1미팅을 진행한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모두 수요예측에 참여했고 이들 가운데 70%가 의무 보유 확약을 제시했다. 장기 투자 성향이 짙은 유력 대형 기관들이 대거 청약에 참여하면서 상장 직후 주가 흐름은 좋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크래프톤 투자 포인트는?…글로벌 성과와 인수합병(M&A)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일반 청약에 쏠리고 있다. 크래프톤 기업가치에 대해 여러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배틀그라운드 의존도가 높은 단순 게임회사로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높다는 분석이 있다. 또한 벤처캐피탈(VC) 투자 단가 대비 공모가가 너무 비싸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반면 일부 증권사는 공모가가 적정하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목표 주가를 58만 원, 72만 원까지 제시하는 곳도 있다. 그렇다면 회사가 제시하는 투자 포인트는 무엇일까.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글로벌 게임 시장에 투자하라’다. 장병규 의장은 앞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삼성전자가 한국 시장만 공략했다면 현재의 시가총액으로 성장할 수 있었겠냐”며 “크래프톤 상장은 한국 투자자들이 글로벌 게임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크래프톤 주식을 사면 자연스레 글로벌 게임 산업에 투자하게 된다는 의미다. 실제 크래프톤의 올해 1분기 연결 매출 4,610억 원 중 한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261억 원에 불과하다. 아시아시장에서 4,029억 원, 북미 및 유럽에서 23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상장 이후 인수합병(M&A)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크래프톤은 공모자금 중 70%가량을 글로벌 IP와 개발 스튜디오 확보를 위한 M&A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번 상장으로 크래프톤에 신규로 유입되는 자금은 2조 7,846억 원. 이 중 2조 155억 원 이상을 오로지 M&A 자금으로 배정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의 기업가치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을 안다”면서도 “그동안 확보한 현금성 자산과 2조 원이 넘는 공모자금으로 M&A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기업가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NH·삼성 내일까지 계좌 열어야…10주씩 중복 청약도 방법
기업가치에 대한 다양한 분석 속에서 장기 투자 성격이 짙은 기관들이 수요예측에 대거 들어왔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크래프톤 공모주를 받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고액 투자자들은 미래에셋증권(006800)과 NH투자증권(005940)에서 청약하면 된다. 각각 최고 청약 한도가 최소 7만 8,000주, 7만 1,000주로 증거금만 약 194억 원, 약 177억 원이 필요하다.
아직 공모주 투자가 익숙하지 않은 소액 투자자들은 우선 계좌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한다. 크래프톤 청약을 위해선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혹은 삼성증권(016360) 계좌가 있어야 한다. 중복청약도 가능하기 때문에 청약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모든 증권사의 계좌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유의해야 할 것은 미래에셋증권은 온라인 방식으로만 하면 청약 당일(8월 2~3일) 계좌를 만들어도 청약이 가능하지만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청약 전 날인 8월 1일까지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주말에는 영업점이 문을 닫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계좌를 열어야 한다.
자본이 충분하지 않다면 중복청약이 허용되는 마지막 대어인 만큼 최소 청약 단위(10주)로 여러 증권사에 청약하는 것이 유리하다. 균등 배정 물량만 노리는 전략이다. 다만 공모가가 49만 8,000원에 달하는 만큼 10주만 청약해도 249만 원의 증거금이 필요하다. 공모주를 받지 못해 발생한 초과 청약 자금은 다음 달 5일 환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