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주요 인사들이 주말 내내 합당을 놓고 거친 말싸움을 벌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휴가가 시작되기 직전을 협상 데드라인으로 제시했고 국민의당은 “갑질”이라고 반발했다.
李 “협상 시한은 다음 주까지”
국민의당 “예의 없는 행동”
국민의당 “예의 없는 행동”
31일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합당을 위한 만남을 제안한다면 언제든 버선발로 맞을 것이지만 시한은 다음 주로 못 박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당과의 합당 실무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 사실상 안 대표를 향해 합당 협상의 ‘데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다음 주가 지나면 저는 휴가를 간다”며 “휴가 이후에는 안 대표를 뵈어도 (경선) 버스 출발 전까지 제대로 된 합당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갖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오는 9~13일 휴가를 내고 개인택시 연수를 받는다. 택시업계의 고충을 직접 듣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란 입장이다.
국민의당은 즉각 반발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자신의 휴가 일정을 이유로 합당 시한을 일방적으로 정해 통보하는 모습에서 합당의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표가 연일 국민의당을 압박하고 있다. 좋은 자세가 아니다”라며 “제1야당 진정성의 무게가 깃털처럼 가볍고 포용성이 벼룩 간만큼 작아 보인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지난 2019년 바른미래당 시절 안 대표와 겪었던 일화를 언급하며 반박했다. 그는 “매번 같이 행동하려고 하면 메시지에 답이 없다는 이야기가 반복됐다”며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하고, 그래서 협상을 빨리하자는 게 왜 고압적 갑질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지율 1위인 제1야당에게 당명을 바꾸라고 하고 대화를 거부하는 게 갑질”이라고 잘라 말했다.
권은희 “그렇게 휴가 중요한가”
李 “그럼 휴가 안 가면 합당하나”
李 “그럼 휴가 안 가면 합당하나”
1일에는 각 당 주요 인사들도 설전에 가세했다. 이날 김철근 국민의힘 당대표 정무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는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 안 대표를 보면 한 때 한솥밥을 먹었던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프고 참 안타깝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안 대표 본인 스스로 조건없는 합당과 더 큰 2번으로 정권교체에 헌신하겠다 한지 벌써 5개월이 가까이 되고 있다. 또다시 최악의 타이밍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그러자 국민의당 측에선 구혁모 최고위원이 나섰다. 구 최고위원은 “합당을 위한 만남의 시한을 다음주로 못박겠다고 대표가 엄포를 놓더니 자신이 휴가를 다녀온 다음에는 버스 출발까지 시간이 없다고 한다”며 “윤석열 전 총장 입당도 본인 휴가 기간을 피해서 하라고 하니 얼마나 기분이 상했으면 당 대표가 없는 사이 입당을 했겠느냐”고 강조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이 대표의 휴가 일정이 내년 더 나은 정권교체를 위한 대선에서 그렇게 중요한 일정인 줄 몰랐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처 몰라서 국민의당은 이번 주를 민주주의에 대한 최악 농단인 ‘김경수-드루킹 19대 대선 여론조작 몸통 찾기’ 일정으로 채워 놨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오는 2일부터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릴레이 시위에 돌입하기로 결정하며 최고위원회의까지 연기한 상태다.
양당 대변인들도 맞붙었다. 안 대변인은 “국민의힘의 태도는 요구를 넘어 일방적 통보와 겁박에 가까운 독촉”이라고 비판했고,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버스를 곧 출발시켜야하는 버스기사가 곧 출발할 시간이 다가왔으니 ‘탑승할 것인지 아닌지’를 알려달라는 것이 어떻게 ‘갑질’이 될 수 있는가”라고 맞섰다.
결국 이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또 한번 입을 열었다. 그는 “이제 저한테 왜 휴가 가냐고 하는데 어질어질 하다”며 “그럼 역으로 휴가 안 가면 합당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무슨 청개구리 심보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휴가 간 기간에 굳이 협상을 해야 한다면 교육 마치고 저녁에 서울에 올라오겠다”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