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TV·방송

[인터뷰] '킹덤 : 아신전' 김은희 작가 "할 수 있을 때까지 가보고 싶어요"

'킹덤 : 아신전' 김은희 작가 / 사진=넷플릭스 제공'킹덤 : 아신전' 김은희 작가 / 사진=넷플릭스 제공




‘킹덤’ 시리즈가 전 세계 K-좀비 열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크리처물로서 오락성만 뛰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대주제를 갖고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세계관에 설득력을 더했고, 의미와 가치를 더했다. 그 중심에는 남다른 시선과 섬세한 표현력을 가진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가 있다.



지난달 23일 전 세계 공개된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의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 아신전’(이하 ‘아신전’)은 조선을 뒤덮은 거대한 비극의 시작인 생사초(죽은 자를 되살리는 풀)와 아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전 시즌과 다르게 시즌2의 엔딩을 장식한 아신(전지현)을 중심으로 북방 국경 지대에서 ‘킹덤’의 전사가 그려진다. 김은희 작가는 ‘아신전’을 시즌3로 넘어가기 전 초석을 다지고, 잘못된 정치로 고통받는 최하층민의 아픔을 더 상세하게 풀어내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아신은 시즌3에서 창(주지훈)과 가장 대척점에 서서 긴장감을 불어넣어 줄 인물인데, 죽음과 멸망을 원하는 이 인물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싶었어요. 생사초에 대해 다 보여주지 못했지만, 폐사군이라는 곳은 가장 중요한 배경이 되는 부분이에요. 어디까지 위협이 될지, 어떤 크리쳐가 나올지 모를 비밀의 공간이죠.”

시즌2가 ‘핏줄’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아신전’의 주된 정서는 ‘한(恨)’이다. 조선과 여진의 정치적 음모 때문에 가족과 부족원들을 잃은 아신은 한을 품고 복수를 시작한다. 김 작가는 역병까지 가게 되는 과정의 감정적인 폭발의 계기는 한이고, 원인도 모르는 생소한 역병을 맞닥뜨려 크게 화를 입는 계층은 피지배계층이라고 여겼다. 아신과 더불어 시즌 1, 2의 서비(배두나), 영신(김성규)도 큰 아픔을 갖고 있는 인물이고, 그런 인물들의 내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은 ‘아신전’이 시작일 것이라고 했다.

“북방에 대한 기록들을 찾아보다가 성저야인(예전에 함경도 변방의 성 밑 주변에 거주하던 야인)에 대한 기록을 봤어요. ‘이들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정체성이 없다는 건 슬픈 일인데’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시즌 1, 2가 지배계층이 이끌었다면 시즌3는 피지배계층이 이끌어가는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배고픔 차별 멸시를 통해 가진 한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자 했어요.”

기존 ‘킹덤’ 시리즈가 각각 6부작으로 제작됐던 것과 다르게, ‘아신전’은 러닝타임 96분의 1부작으로 끝난다. 이 때문에 시즌2 이후 1년을 기다려왔던 팬들은 아쉬워하기도 한다. 이런 반응을 알고 있다는 김 작가는 ‘아신전’을 시즌3를 위한 디딤돌로 기획한 것이라는 강조했다.

“‘아신전’이 없이 시즌3로 갔다면 너무 낯선 세계와 인물들에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은 굉장히 긴 이야기거든요. ‘아신전’과 시즌2에 창과 아신이 만나기까지의 시간은 10년이 걸려요. 10년간의 이야기를 모두 담다 보면 시즌3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고, 아신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인물 소개를 하고 시즌3로 가고 싶어서 기획하게 됐어요.”

'킹덤 : 아신전' 스틸컷 / 사진=넷플릭스 제공'킹덤 : 아신전' 스틸컷 / 사진=넷플릭스 제공


전지현이 시즌2 엔딩을 장식한 것은 큰 화제였다. 김 작가는 처음부터 아신 역에 전지현을 염두에 두고 집필할 정도로 그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아신전’이 공개된 뒤 싸늘한 표정으로 활을 쏘는 장면은 김 작가의 기대처럼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전지현이 정말 연기를 잘 해줬어요. ‘양궁을 배웠나?’ 할 정도로 놀랐죠. 김성훈 감독님도 현장에서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촬영에 앞서 활 연습을 했겠지만 김 감독님은 ‘사실 첫 테이크에서 이렇게 활을 쏘는 배우는 처음 봤다’고 하더라고요. 또 아신이 벌판을 달려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렇게 뛰는 게 힘들어요. 연기를 하면서 뛰는 거잖아요. 그 모습을 보고 ‘정말 놀라운 배우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전지현뿐만 아니라 배우 김뢰하, 구교환도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김뢰하는 아신의 아버지이자 성저야인들을 통솔하는 타합으로, 구교환은 파저위의 부족장이자 잔혹한 성정으로 북방을 넘어 조선에까지 위세를 떨친 아이다간을 연기했다.

관련기사



“캐스팅은 감독의 권한이 크다고 생각해요. 저도 의견을 주긴 하지만 김 감독과 연출팀이 많이 고민을 해요. 결국 현장에서 감독님과 마주쳐야 할 분들이고, 전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높거든요. 사실 김뢰하 선배님은 생각도 못 해봤어요. 감독님에게 얘기를 듣고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았죠. 구교환의 경우에는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새로운 아이다간이 나올 거 같았거든요. 촬영분을 보고 김뢰하 선배님은 민초의 상징 같은 느낌이었고, 구교환은 눈빛만으로 서늘함을 표현해줘서 고마웠어요.”

전 세계적으로 ‘킹덤’ 시리즈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고, ‘아신전’ 또한 전 세계 80개국 톱10 내에 오르고 전체 영화 순위 2위에 오르는 등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럼에도 아신이 화살촉을 보고 부족원들의 사망의 진실을 알게 되는 장면이 다소 허무하다거나, 조선이 악역으로 그려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김 작가 역시 모두 고민하는 부분이었다.

“(부족원들의 죽음의 진실은) 가장 사악한 비밀인데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을 해보기도 했지만, 그걸 위한 또 다른 에피소드가 들어가면 지루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개인적인 방식은 캐릭터가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거든요. 밀정이라는 캐릭터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기억하고, 기록하고, 캐치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걸 부각시키고 싶었어요. 화살촉이라는 작은 것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 거죠.”

“어떤 캐릭터도 선한 부분만 있거나, 악한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안현대감(허준호)도 완벽한 양반이고 판단력이 흐린 적이 없지만, 조선의 승리라는 지점에서 자신이 언제나 지켜온 백성들을 희생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죄책감을 갖고 그에 걸맞은 결말을 맞게 된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면에서 보면 조선이라고 해서 나쁜 것만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창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생각하며 인물들 간의 관계성에 집중해서 봐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킹덤 : 아신전' 스틸컷 / 사진=넷플릭스 제공'킹덤 : 아신전' 스틸컷 / 사진=넷플릭스 제공


3년째 이어오고 있는 ‘킹덤’의 대서사를 집필하며 가장 힘이 되는 존재는 남편인 장항준 감독과 딸이다. ‘아신전’ 엔딩 크레딧에도 ‘고마운 분들’에 그들의 이름이 나온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김 작가에게 가장 고마운 사람이다.

“‘아신전’을 쓰면서 장 감독이 모니터 해주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요즘은 저에 대해 관심이 없는 거 같아요. 자기 일이 너무 바빠졌거든요. ‘이런 건 어떻게 생각해?’하면 ‘네 생각대로 해’ 라는 영혼없는 멘트를 날리더라고요. 편집본을 보여줬더니 역사를 몰라서 무슨 말인지 모르더라고요. ‘재밌긴 하지만 액션이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며 그 부분이 아쉽다고 했어요. 그럼에도 제가 편하게 작업할 수 있게 해주고, 제 작업을 가장 크게 응원해 주는 존재가 가족들이에요.”(웃음)

김 작가의 팬들은 ‘킹덤’을 비롯한 타 작품의 후속작이나 신작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차기작 tvN 드라마 ‘지리산’에서는 ‘킹덤’에 이어 전지현, 주지훈과 또 한번 호흡을 맞추게 됐다. 그중에서도 ‘아신전’에서 처음 만나 연달아 함께하게 된 전지현은 특별하다.

“전지현과 첫 미팅에서 그렇게 호탕한 웃음소리는 처음 들어봤어요. 보통 배우들이 낯도 가리고 그러는데 정말 털털하더라고요. 약간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굉장히 밝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부분이 ‘지리산’에서도 투영이 돼요. 그런데 쓱 지나가다 보면 ‘암살’ ‘베를린’의 눈빛도 갖고 있어요. 이런 눈빛을 보면 ‘아신전’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두 작품을 연이어 하면서 느낀 건 참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는 거예요. 비슷한 시기에 찍었는데, 극도의 한을 가진 아신과 ‘엽기적이 그녀’가 커서 레인저가 됐다면 ‘지리산’의 전지현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반짝반짝한 캐릭터예요.”

“‘킹덤’은 저에게 진짜 의미 있는 작품이어서 할 수만 있다면 할 수 있을 때까지 가보고 싶어요. 스핀 오프 같은 작품이 또 나올 수도 있을 것 같고, 할 수만 있고 지원만 해주신다면 더욱더 많이 해보고 싶어요. 외전들도 만들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아요. 다만 제작 환경이 맞아야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결정된 건 없어요.”

‘싸인’·‘유령’·‘시그널’ 등을 거쳐 명실상부한 ‘장르물의 대가’가 된 김 작가는 이런 수식어에 대해 “그렇게 생각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다”고 겸손한 대답을 내놨다. 그는 그런 평가를 들을 때마다 마냥 기분이 좋기 보다 그에 걸맞은 대본을 썼는지 돌아보게 된다고.

“좀 더 재밌는 대본, 가치 있는 영상물에 청사진이 될 수 있는 대본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거기에 김성훈 감독 같은 좋은 파트너와 만났을 때 자극을 받고요. 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고 좀 더 가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고 고민하지만, 언제나 모두가 완벽하게 좋아할 수는 없잖아요. 다만 한 분이라도 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추승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