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부 허난성이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본 가운데 중국 정부의 피해조사가 들쑥날쑥해 논란이다. 피해자 규모가 닷새만에 무려 다섯배로 증가하면서 신뢰도에도 의문이 생기는 상황이다.
2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허난성 당국은 지난 7월 중순 ‘1,000년만의 폭우’로 인해 집계된 피해자가 이날 정오 현재 사망 302명, 실종 50명이라고 정정 발표했다. 최대 피해지역인 성도 정저우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 292명, 실종자 47명이 나왔다.
당국은 189명이 홍수와 산사태로 사망했으며 54명은 주택 붕괴로, 39명은 지하철과 지하실·차고 등 지하에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정저우에서는 폭우 속 지하철 안에 갇혔던 승객 14명이 숨지기도 했다. 또 자동차 240여대가 뒤엉켰던 고속도로 터널 안에서 6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정저우에서는 지난 17일 오후 6시부터 20일 오후 6시까지 사흘간 누적 강수량이 617.1㎜에 이르렀다. 이는 정저우의 연간 평균 강수량 640.8㎜에 근접하는 수치다
문제는 피해 수치가 겨우 며칠만에 급증한 것이다. 허난성 당국은 지난달 28일 사망자가 73명이라고 했다가 이틀 뒤인 30일에 99명으로 올렸다. 그러던 것이 다시 사흘만에 250여명의 사망·실종자가 추가된 것이다. 허난성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교통로의 파괴가 심하고 지하공간의 피해가 커 피해인원의 파악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28일의 응급관리부(한국의 옛 국민안전처)는 올해 홍수 피해를 설명하면서 그나마 과거보다 하락했다는 취지로 발표를 했다. 당시 응급관리부 관계자는 올해 전체로 중국 전역에서 홍수·침수로 연인원 3,481만명이 피해를 봤고 146명이 사망·실종됐다고 설명했다. 또 가옥 7만2,000채가 붕괴하는 등 직접적인 경제손실액이 1,230억 위안(약 22조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당시 응급관리부는 올해 이재민 규모와 사망·실종자 수, 경제손실액이 각각 최근 5년 동기 평균 대비 각각 34%, 64%, 22% 낮다고 강조했었다.
이때의 허난성 사망자는 73명에 불과했었다. 이미 대홍수가 일어난지 일주일이 지난 때였다. 만약 이달 2일의 집계가 반영됐다면 피해는 훨씬 크게 되는 셈이다. 산술적으로 전국의 사망·실종자가 425명으로 늘어나 5년 동기 평균(429명)에 육박하게 된다. 허난성 피해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재민 규모와 경제손실액도 덩달아 커지게 된다.
거대한 국토에서 매년 홍수로 골머리를 앓는 중국은 7월 말 한해의 중간 상황을 발표한다. 피해 정도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성과 지표가 된다. 중국 정부가 축소 집계의 유혹에 빠질 수 있음도 부정하기 어렵다. AFP통신은 “중국 정부가 재난 대처에 대한 여론에 민감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최근 중국 홍수 현장을 취재하던 외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주민들이나 관리들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불만을 전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에 대해 “외신기자가 중국에 대해 편견을 갖고 언론자유를 명분으로 가짜뉴스를 살포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