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웨강아오 프로젝트







지난 2017년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리커창 총리는 남부 도시들을 거대 단일 경제권으로 묶는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선전 등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마카오를 포함한 이른바 ‘웨강아오 다완취(大灣區·Greater Bay Area) 프로젝트’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웨강아오는 단순 제조업 도시가 아니라 기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전초 기지이자 실리콘밸리의 확대판으로 만들겠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야망이 배어 있는 청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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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강아오의 ‘웨’는 광둥성, ‘강(港)’은 홍콩, ‘아오(澳)’는 마카오를 뜻한다. 중국 ‘개혁 개방’의 시발점인 주장(珠江) 삼각주 지역을 세계 최고 수준의 메갈로폴리스(거대 도시 집중지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발표 당시 기준으로 웨강아오 지역 인구는 7,000만 명, 총 생산 규모는 1조 5,000억 달러에 달했다.

개발 발표 2년 뒤인 2019년 2월 18일, 중국 국무원은 웨강아오 프로젝트의 구체적 청사진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광둥성의 첨단 정보기술(IT) 인프라와 홍콩의 금융 경쟁력, 마카오의 관광 자원을 연계하는 세부 방안들이 담겼다. 하지만 계획에는 결정적 약점이 있었다. 바로 프로젝트를 뒷받침할 연구개발(R&D)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와 같은 첨단 기술 인력을 육성할 글로벌 명문 대학이 없으면 인재를 지속적으로 수혈할 수 없다.

중국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젝트 중심지인 광둥성 둥관시에 과학기술 분야에 특화된 ‘중국판 MIT 대학’ 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2일 현지 언론이 전했다. 둥관시는 첨단 과학기술 핵심 지역인 쑹산호 지구에 최소 100억 위안(1조 7,800억 원)을 투입해 새로운 명문 대학을 만들고 저명 학자들을 대거 영입하기로 했다. 중국 내에서는 새 대학이 제조업의 ‘인재 허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산업 전쟁 속에서 인재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우리는 첨단 산업의 인재들이 해외로 줄줄이 빠져 나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다. 그런데도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제와 같은 낡은 규제로 고급 두뇌를 키울 길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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