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우리의 준결승 진출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 여자배구를 9년만에 올림픽 4강에 끌어올린 대표팀의 주장 김연경이 4일 터키와의 8강전이 끝난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하나의 팀이 돼 4강 무대를 밟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솔직하게 처음 8강 상대가 터키로 결정된 뒤엔 나도 준결승 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어젯밤엔 잠이 전혀 오지 않았다. 밤 10시에 침대에 누웠는데 오늘 새벽 5시 무렵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세계랭킹 4위의 터키를 만나 세트 스코어 3-2(17-25 25-17 27-25 18-25 15-13)로 승리했다. 랭킹 13위의 한국은 세계 최정상급 리그를 갖추고, 국제무대에서도 점점 힘을 내는 터키를 상대로 잘 싸웠다. 주장 김연경(중국 상하이)이 공수에서 맹활약하고, 레프트 박정아(한국도로공사)와 센터 양효진(현대건설)이 공격에서 김연경을 도왔다. 리베로 오지영(GS칼텍스)은 몸을 날려 터키의 맹공을 버텼다. 김수지(기업은행)는 센터임에도 여러 번 놀라운 디그를 성공하며 한국 대표팀에 힘을 실었다. 세계적인 센터 에다 에르뎀, 제흐라 귀네슈의 빠르고 강한 이동 공격, 날개 공격수 메리엠 보즈의 화력도 대단했다. 그러나 한국은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갔고, 마지막 세트에서 터키 리시브 라인을 흔들며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도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올림픽 출전 은퇴를 선언한 김연경은 매 순간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팀 최다인 28점을 기록했다. 승부처였던 3세트 24-23에선 주심이 양효진(현대건설)의 플레이를 두고 석연치 않은 포히트 범실을 선언하자 거칠게 항의하다가 경고를 받기도 했다. 김연경은 "사실 경기 전부터 심판의 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한번 강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흐름이 넘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배구는 1976 몬트리올 대회에서 한국 구기종목 사상 최초로 올림픽 메달인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2년 런던 4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8강에 머물렀지만, 2021년 도쿄에서는 다시 4강 진출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