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미 연방준비제도(Fed) FOMC 회의가 끝난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의장은 “우리는 최대 고용 목표를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까지 아직 갈 길이 좀 남아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테이퍼링을 단행할 계획이 없다는 의사를 내비친 겁니다. 이에 테슬라, 아마존, 애플, 알파벳 등 기술주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이전부터 강한 회복세를 보이던 비트코인도 5.51% 추가 상승하며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습니다.
이번 현상을 통해 주식 및 디지털 자산 시장이 앞으로도 Fed의 통화 정책 결정과 관련 인사의 발언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기에는 어떤 방식의 투자 전략을 가져가야 할까요? 먼저 Fed가 처해 있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가와 고용
제롬 파월 의장이 말한 ‘상당한 추가 진전'이 어느 정도의 회복을 뜻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Fed가 통화 정책에 변화를 주기 위해 주시하는 두 가지 지표는 물가와 고용입니다. 이 중 물가는 최근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폭인 5.4% 상승하며 3개월째 Fed 목표치인 2%를 초과했습니다. 하지만 Fed는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중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일시적 공급 부족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니, 경제가 정상화될수록 물가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파월 의장은 “물가 급등세가 향후 몇 달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라면서도 “결국 둔화할 것인 만큼 대응하지 않겠다"라고 밝혔습니다. 테이퍼링 시행을 결정하는 데 있어 인플레이션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남은 건 고용입니다. 그동안 공격적인 재정 투입과 백신 접종 확대로 떨어지는 듯 보였던 실업률은 델타 변이 등의 변수로 인해 다시 회복에서 멀어지는 모습입니다. Fed는 실업률 목표를 3.5%~4.0%로 정하고 있는데 지난 6월에 발표된 실업률은 5.9%로 이보다 높았습니다. 그 때문에 8월에 공개되는 고용지표(4일 ADP 고용 보고서, 5일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 6일 비농업 일자리 및 실업률) 발표 결과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8월과 9월에 나오는 고용 보고서에서 일자리 규모가 80만 개 이상 증가한다면 10월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테이퍼링 언급 때마다 시장 출렁일 것
만약 실제로 고용률 지표가 대폭 개선되고 Fed가 본격적인 테이퍼링 시기 논의에 들어가면 위험자산 가격의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테이퍼링, 즉 자산매입 축소는 그동안 Fed가 신규 화폐를 발행하여 국채, MBS 모기지 증권, 하이일드 회사채 등을 사주던 규모를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중에 풀리는 유동성이 줄어들면 금리가 오르고 자연스레 위험자산(주식, 비트코인 등)에 들어있던 자금이 국채나 은행 예/적금 등 안전자산 군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문제는 시장은 언제나 악재를 선반영한다는 데 있습니다. 지난 7월 18일, 세인트루이스 Fed의 제임스 불러드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면 내년 말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그 주 회의에서 테이퍼링 논의를 개시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나온 이 발언은 시장에 기름을 부었고, 이날 다우존스 지수는 1.58%, S&P500 지수는 1.31%, 나스닥 지수는 0.92% 각각 하락하고 말았습니다. Fed의 테이퍼링 및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분명한 언급이 있기 전까지는 계속 이런 형태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입니다.
시중에 풀린 돈은 여전히 천문학적인 규모
그러나 Fed가 실제 금리 인상을 단행하여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사실 지금의 경제 상황은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1940년대와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당시 미국은 국외로 내보낸 병사들이 돌아오자 정부 보조금으로 대학에 다니게 했고, 자가 마련을 위한 지원금까지 지급했습니다. 공공 부채가 날이 갈수록 불어나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당시 정부는 이자를 내기 위해 더 많은 국채를 발행했습니다.
통화 정책의 관점에서 보면 2020년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봉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3월부터 각국 정부는 8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재정을 경제에 투입했고, 광의 통화량(M2)은 가파르게 늘어 전년 대비 증가율이 27%에 달했습니다.
Fed로서는 정부의 재정적자가 급격하게 커진 상황에서 쉽게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올해 말이 되면 미국 연방 정부의 부채는 30조 달러(원화 기준 약 3경 원)에 이를 예정입니다. 금리가 1%만 올라도 연간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이 3,000억 달러(원화 기준 약 300조 원)씩 올라가는 셈입니다.
결국 Fed는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었다는 강한 신호가 오기 전까지는 최대한 실제 테이퍼링 및 금리 인상 시행을 미룰 요인이 있습니다. 대신 ‘시기를 논의한다.',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등의 발언을 내놓으며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려 할 것이며, 그럴 때마다 시장은 유동성 축소 우려에 요동칠 것으로 보입니다.
메이저 위주의 적립식 매수 전략 추천
주식 시장에서 변동성이 심한 시기엔 보통 성장주보다는 실적이 탄탄한 가치주가 주목받습니다. 비슷한 관점에서 코인 투자도 경기와 상관없이 경제적 활용성이 증가하여 온체인 트랜잭션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는 메이저 코인 위주로 살펴볼 것을 추천합니다. 앞으로도 테이퍼링 관련 뉴스가 주기적으로 나오며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겠지만, 오히려 그럴 때마다 저점 매수를 하여 꾸준히 평균 단가를 낮춰나가는 적립식 투자 전략이 유망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한편으로는 꾸준히 경제 지표를 체크하고 Fed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살펴서, 만약 실제 테이퍼링 및 금리 인상이 단행될 조짐이 보일 땐 그에 알맞은 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