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께 양도소득세 좀 깎아달라고 했어요. 전세도, 매매도 매물이 없어요.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이 세금 무서워서 집을 못 내놓겠다고 아우성이에요.”(서울 양천구 목동 A공인중개업소)
“부총리께서 어떻게 하면 집값이 잡히겠느냐 물으시길래 양도세를 낮춰야 한다고 답했어요.”(경기 김포시 고촌읍 B공인중개업소)
5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해 보면 지난 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부동산 현장 방문에서 서울 양천구 목동과 경기도 김포 지역의 공인중개사들은 “집을 팔 수가 없는 상황이니 양도세 부담을 덜어 달라”고 입을 모았다. 최고 75%에 달하는 양도세에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돌입하고 수도권 전역에서 매물 잠김 현상이 속출한 가운데 공인중개사들이 경제 수장에게 직접 세율을 인하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걱정스럽다”라고만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부총리는 공인중개현장 방문 이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양도세는 쏙 빼놓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홍 부총리의 현장 방문은 부동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대국민 담화의 후속 조치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 분위기는 호전되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넷째 주(26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은 0.27%, 수도권은 0.36% 올라 전주 상승 폭을 유지했고, 서울은 0.18%로 전주(0.19%)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전국 176개 시군구 가운데 전주 대비 오른 곳이 170곳에 달했다. 26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놨으나 약발이 듣지 않는 상황이다. 홍 부총리가 방문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을 많이 가진 사람이 양도세 때문에 팔 수가 없어 매물이 사라졌다고 토로했더니 ‘걱정스럽다’라고만 답하더라”고 말했다. 여당이 ‘양도소득=불로소득’ 프레임에 갇혀 있는 가운데 홍 부총리가 독자적으로 양도세 인하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임대차 3법에 따른 부작용으로 전세난이 심화한 이야기도 오갔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임차인들이 내년에는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점과 신규 전세 가격이 많이 오른 부분을 부총리가 걱정했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임대차3법 관련, 주로 제도혜택을 받으신 분들도 많지만 임대인 자가입주로 계약갱신이 이루어지지 못하신 분들의 어려움, 앞으로 갱신계약 종료 이후 새 전세계약을 해야 하는 분들의 부담감 등에 대한 지적이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민심을 받들겠다며 정책의 당 주도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선거 참패의 원인을 부동산 정책으로 보고 민심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함께 주택 공급 대책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8·4 공급대책, 2·4 공급대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6월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부자 감세’ 주장에 결국 물 건너갔다. 다주택자들에게 세 부담을 지워 옥죄는 방식으로 매물 출현을 유도했지만 증여만 늘고 매물은 안 나와 집값이 오히려 뛰는 결과를 낳았다.
다주택자 양도세율은 조정대상지역 기준으로 2주택자에게는 기본 세율(6~45%)에 20%포인트가 추가되고 3주택자에게는 30%포인트가 추가된다. 최고 세율은 75%로 뛰었고, 지방세까지 합하면 무려 82.5%에 달한다. 여기에 민주당은 2023년부터 다주택자가 1주택자가 될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줄여 양도세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해마다 법이 달라지면서 이미 난수표였던 양도세는 누더기가 됐다.
홍 부총리는 “매물물량, 거래현황, 가격 움직임, 정부정책에 대한 의견 등 최일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했다”며 “부동산시장 및 시장참여자와의 끊임없는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부동산 현장 방문 소감을 전했다. 시장 관계자는 “현장에서 제기한 문제점을 들었다면 정책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