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매파' 고승범 가계부채 더 죄고…정은보 '사모펀드 사태 수습' 총대 멜듯

■양대 금융수장 동시 교체

고, 금융위서 정책라인 총괄지휘

금융정책 이해 높고 신망 두터워

평소 부동산 급등에 금리인상 주장

정,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 이끌어

사모펀드 소송 해결사 역할 기대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 /연합뉴스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 /연합뉴스




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 내정자. /연합뉴스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 내정자. /연합뉴스


청와대의 이번 개각은 금융정책·감독 라인 수장 교체가 핵심이다.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교체를 두고 전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매파’로 분류되는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신임 금융위원장으로 내정했다. 남은 임기에 가계 부채 관리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을 성공리에 이끈 ‘해결사’ 정은보 전 협상대사를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내정한 것도 사모펀드 사태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고 후보자는 과거 금융위 정책 라인을 총괄했던 이력을 지니고 있다. 한국은행 금통위원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인 지난 2016년까지 금융위의 핵심 보직인 금융서비스국장과 금융정책국장·사무처장·상임위원을 역임했다. 그만큼 금융정책에 대한 이해가 깊은 셈이다. 금융위에서는 대표적인 ‘덕장’으로 꼽힐 만큼 후배들의 신망도 두텁다. 금통위에서도 역사상 처음 연임에 성공한 금통위원 기록을 갖고 있다.

고 후보자가 이끌 금융위 앞에 놓인 최대 현안은 가계 부채 관리다. 올해 4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개별 차주에게 적용하는 등의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규제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가계 부채의 고삐가 잡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 7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 3,082억 원으로 6월 말(689조 1,073억 원) 대비 6조 2,009억 원 증가했다. 전년 동기의 잔액 634조 9,053억 원에 비해서는 9.5%나 늘었다. 제2금융권으로의 풍선 효과를 감안하면 증가세는 더 가팔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 당국은 올 하반기 가계 부채 증가율을 5~6%대로 낮추겠다고 한 바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관리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셈이다.



고 후보자도 금통위원 시절부터 가계 부채 관리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는 지난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정부 대책에도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쏠리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금리 인상 소수 의견을 낸 게 이 때뿐만이 아니다. 2018년 10월에도 가계 부채 관리를 이유로 금리를 올려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었다.

관련기사



금융 당국의 가계 부채 죄기 강도가 더 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간 두 차례에 걸쳐 소수 의견을 냈을 정도로 매파인 만큼 가계 부채 급증으로 누적된 금융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것이다. 고 후보자도 이날 금융위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국정 과제와 금융정책 과제들을 차질 없이 이행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소임이라 생각한다”며 “가계 부채, 자산 가격 변동 등 경제·금융 위험 요인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고 후보자와 손발을 맞출 정 내정자는 ‘해결사’ 이미지가 강하다. 정 내정자는 금융위 사무처장과 기획재정부 차관보, 다시 금융위 부위원장을 역임한 정통 관료다. 특히 2013년 4월부터 2년 9개월간 박근혜 정부의 기재부 차관보로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했다. 그도 역시 ‘최장수 차관보’라는 타이틀을 쥐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올 3월 한미 양국은 2020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 대비 13% 인상한다는 내용의 협상을 타결했다. 해당 협상안은 오는 2025년까지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가의 한 관계자는 “원래 방위비 분담 협상은 장성 출신들이 하는 게 보통인데 정 내정자가 재무부 관료로 인상 기준에 대한 합리적 근거 등을 제시해 과거와 달리 끌려다니지 않은 채 협상을 성공리에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내정자 앞에 놓인 과제는 사모펀드 사태에 마침표를 찍는 일이다. 현재 금감원은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중징계를 놓고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20일 1심 결과가 나온다. 향후 남아 있는 사모펀드 관련 제재심도 해당 소송의 결과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 내정자는 “현 시점에서 금융 감독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재정립하겠다”며 “법과 원칙에 기반한 금융 감독에 주력하고 제재 등 사후적 감독과 함께 선제적 지도 등 사전적 감독을 조화롭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이번 인사를 두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금감원 노조의 한 관계자는 “산적한 과제가 많다”며 “청와대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이 한목소리를 내라는 뜻에서 한 인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