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현금 부자' 기업인 넷마블의 재무 여력에 빨간 불이 켜졌다. 약 2조5,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인수합병(M&A)을 결정하면서 차입 부담이 급증한 탓이다.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기존 사업 구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수를 앞둔 리오나르도 인터렉티브의 실적이 반영돼 배당 등 현금이 유입되기 전까지 당분간 '보릿고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넷마블의 자기자본은 약 5조5,000억 원이다. 회사는 이달 초 미국 카지노 게임 '스핀엑스'를 소유하고 있는 리오나르도 인터렉티브 지분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총 인수금액은 약 21억8,467만 달러(한화 약 2조5,000억 원)으로 자기자본의 45%에 달하는 규모다. 오는 9월 17일 인수 대금 가운데 80%인 약 2조 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20%(약 5,000억 원)는 4년에 걸쳐 내기로 했다.
넷마블은 인수 자금 대부분을 차입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이미 인수를 결정한 당일 1조7,786억 원에 달하는 단기차입금 증가를 결정했다. 지난해 공모 회사채 시장에 데뷔해 자금 조달 통로를 열어뒀지만 잔금 지급까지 시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선택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로 넷마블의 재무안정성은 급격하게 떨어질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넷마블이 인수 금액의 80%를 외부에서 차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회사의 부채비율은 현재 49.6%에서 83.8%로 증가하게 된다. 14.1% 수준인 차입금 의존도도 30.1%로 두 배 오른다. 인수절차가 종결되는 즉시 회사의 연결 재무지표에 편입되지만 인수 성과를 통해 늘어난 재무부담을 완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넷마블이 이처럼 대규모 차입을 일으킨 것은 앞서 코웨이 인수 자금으로 발생한 5,000억 원 규모 은행빚을 지난달 모두 현금으로 상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분기 1조3,000억 원에 육박하던 현금 잔고가 대폭 줄어들었다. 여기에 기존 게임들의 매출 감소가 이어지는 한편 신작 출시를 앞두고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면서 현금흐름도 일시적으로 약화됐다. 증권가에서는 넷마블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에 대해 전 분기 대비 9%, 18% 감소한 6,232억 원과 442억 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넷마블은 코웨이 인수 전까지 개별 기준 순차입금이 마이너스(-)인 무차입 경영을 이어왔다. 올해 외부 차입금을 리파이낸싱 없이 현금으로 상환한 것도 현금흐름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넷마블은 영업을 통해 연간 약 2,000억~3,000억 원 규모의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매 분기 매출이 늘고 있음에도 수익성은 크게 오르지 못하는 추세다. 최근 몇 년 간 신작 마케팅 비용과 개발인력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1분기 넷마블의 연결 기준 매출액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4.1%로 2017년 말 23.7% 대비 크게 줄었다. 신작 실적 부진으로 매출이 전 분기 대비 32% 감소한 엔씨소프트(15.2%)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타사 대비 자체 IP(지적재산권)가 적은 사업구조도 회사의 수익성을 깎아먹는 근본적 원인이다. 넷마블이 서비스하는 대표적인 게임은 세븐나이츠를 제외하고 △리니지2 레볼루션 △블레이드 앤 소울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어스 등 모두 타 기업의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들이다. 모바일 게임의 비중이 높은 만큼 플랫폼 회사에 매출액 기준으로 지불하는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 넷마블이 지난 한 해 동안 지불한 로열티와 수수료는 약 1조1,156억 원으로 같은 기간 매출액(2조4,848억 원)의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는 매출액(2조4,162억 원)의 22% 수준인 약 5,483억 원을 지출했다.
차입 지표가 악화하면서 신용평가사들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앞서 나신평은 넷마블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 검토한다는 의미인 '등급 감시' 대상으로 지정했다. 나신평은 "과중한 규모의 기업 인수를 진행하면서 총차입금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된다"며 "가용 재무자원을 활용한 차입 부담 완화 수준과 인수 사업의 수익성 추이 등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기업평가는 "중단기 재무부담이 커질 것"이라면서도 "현금창출력 제고와 보유 투자자산 가치 등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넷마블의 신용등급은 'AA-'등급으로 한 단계만 내려도 'A+'등급으로 떨어지게 된다. 같은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도 연간 약 40bp(1bp=0.01%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더 부과되는 것이다.(5일 5년물 회사채 등급 민평 금리 기준) 추후 금융기관에서 빌린 차입금을 회사채로 리파이낸싱할 경우에도 이자 절감 효과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무안정성이 떨어지면서 회사의 수익성이 당분간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반기 신작 출시와 자회사 IPO 등에 따른 현금 유입 규모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